9일 발표된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시행령은 당장은 이 법의 위헌여부에 큰 영향을 주지 않지만, 잠재적인 변수로 작용할 수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기준으로 헌법재판소는 청탁금지법과 관련해 총 4건의 헌법소원 사건을 병합해 심리 중이다. 지난해 12월 한차례 공개변론을 연 헌재는 사건의 주요 쟁점을 추려 막바지 법리검토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헌법소원을 제기한 대한변호사협회(회장 하창우)는 청탁금지법이 규제하는 접대 액수의 과다가 아니라 공직자 외에 언론인이나 사립학교 교원 등이 포함된 점을 문제삼았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시행령으로 정한 접대액의 상한과는 크게 관계가 없는 내용이다.
헌재는 헌법소원을 청구한 당사자가 주장하지 않는 부분도 직권으로 심사할 수 있지만, 현재 계류 중인 헌법소원이 시행령이 아닌 법률 자체에 대한 문제제기인 만큼 헌재도 이 범위에 한정해 심리할 것이라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이날 한상훈 대한변호사협회 대변인도 "변협이 헌법소원을 낸 취지는 법 적용 대상에 언론인이 포함된 자체를 문제삼는 것이지, 시행령에서 액수를 얼마로 정하느냐는 큰 상관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법이 적용된 이후 구체적인 처벌 사례가 나온다면 시행령 자체가 문제될 소지는 얼마든지 있다. 국가가 시행령을 정하는 것도 헌법소원 대상인 '공권력의 행사'이기 때문이다. 가령 법 시행 이후 금품이나 접대를 받은 공무원이 재판을 받는 과정에서 시행령 자체가 위헌이라는 주장을 펼친다면 별도의 사건에서 헌재가 적극적으로 금품 규제액수가 과도한 지 여부를 심사할 수 있다. 또 시행령의 내용이 정당한 지에 관해서는 대법원도 심사권을 가지기 때문에 특정 사건에서 기소된 피고인의 주장에 따라 법원의 심리가 이뤄질 수도 있다.
서울고등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법이 시행되면 문제가 되는 사례가 많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며 "개개인이 주의를 기울이는 게 우선이겠지만, 수사기관이 공직사회나 언론계에 임의적으로 개입할 여지가 넓다는 점에서 우려가 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