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가족이자 소송대리를 맡은 우승하(38·변시 2회) 변호사는 지난 4일 오후 진행된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우 변호사 역시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한 뒤 폐렴 증세가 악화된 첫째 아들에 대한 죄책감 때문에 이 사건을 맡게 됐다. 소장 접수 당시 로스쿨생이었던 우 변호사는 4년차 변호사가 됐고, 네 살이었던 첫째 아들은 그 사이 초등학교 2학년이 됐다.
정부가 정한 기준에 따르면 우 변호사의 아들은 피해가 비교적 경미한 3~4등급에 속한다. 피해자 등급은 폐섬유화 정도에 따라 1~4등급으로 나뉜다. 하지만 단순한 폐질환 뿐만 아니라 이로 인해 발생하는 여러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많은 게 현실이었다. 이 때문에 피해자들은 인과관계를 입증하기 위해 의학적으로 다양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주장해왔지만, 여기에 투입될 전문인력과 연구비용이 부족했다. 지난 6년 간 관계 부처는 서로 관할 책임을 미루고, 제조·판매업체 역시 이렇다 할 사과 없이 시간끌기 전략을 택했다.
이 과정을 모두 지켜본 우 변호사는 한계를 느꼈다고 털어놨다. 기존 법제도 내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어디까지인지를 알기에 최선은 다하면서도 의뢰인에게 헛된 희망을 줄 수 없어 괴로웠다는 것이다. 또 피해자 가족이기에 의뢰인의 입장을 가장 잘 공감할 수 있었지만, 객관성을 유지하는 게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그럴 때마다 우 변호사를 붙든 건 가족이었다. 우 변호사의 부인은 설령 아들 사건은 포기하더라도 변호사만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말라고 충고했다. 우 변호사의 부인은 지난해 메르스 발병 당시 헌신적인 간호로 SBS가 선정하는 '2015년 한해를 빛낸 의인'에 포함되기도 했다.
"수사권과 감사권, 처벌권이 없는 변호사가 증거를 수집하는 데는 한계가 있어요. 검찰 수사로 예전과는 상황이 달라졌으니 살균제와 피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입증하는 방식은 지금보다 더 다각도로 진행돼야 합니다."
우 변호사는 이번 검찰 수사가 전환점이 되길 바라고 있다. 검찰 수사에서 살균제 유해성 연구결과 은폐·조작 등의 정황이 포착된 만큼 소송에서 추가로 더 주장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지 검토 중이다. 그러려면 법제도 뒷받침돼야 한다는게 우 변호사의 설명이다. 지금 상황에서 피해자들이 소송을 통해 받을 수 있는 위자료 범위는 최대 1억원선이다.
우 변호사는 △제작자가 잘못이 없는 것을 입증하는 입증책임 전환 (제조물책임법 개정) △법원의 위자료 상한 확대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와 기업범죄 감시기구 도입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우 변호사가 맡고 있는 민사소송은 5년째 법원에 계류 중이다. 조정절차를 거치기도 했지만, 배상액에 대한 입장차를 좁히지 못해 정식재판이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