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1991년 1만3000여 명으로 정점을 찍은 후 지속적으로 감소해 작년에는 4621명까지 낮아지는 큰 성과를 보이고 있지만 아직도 OECD 회원국들과 비교하면 여전히 하위권이다. 지금보다도 절반을 더 줄여야 평균 수준에 도달하게 된다.
어쩌다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하더라도 사고 발생 후 응급대응 체계가 잘 갖춰져 있다면 소중한 생명을 지킬 수 있다. 사고가 발생하면 즉각 신고되고 구조대가 바로 도착해 응급처치를 한 후 환자 상태에 따라 가장 가까운 의료기관으로 신속히 이송해야 한다. 일련의 과정이 일사불란하게 이루어진다면 사망자 수를 줄이고 부상 후유증도 크게 낮출 수 있다. 특히 중증 외상환자의 경우에는 적어도 20분 이내에 병원에 도착해 40분 이내에는 외과적으로 유효한 처치를 받아야 생명을 구할 수 있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사고 후 60분을 골든타임이라고 한다.
하지만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야간에 차량 단독 사고의 경우 신고조차 못 하고 아무런 도움도 받지 못해 사망하는 사람이 교통사고 총 사망자 수의 32%에 이른다고 한다. 만약에 이런 교통사고를 조기에 발견하고 적절한 응급조치를 취할 수 있다면 소중한 생명을 지킬 수 있는 것이다.
이렇듯 최초 교통사고 발생 신고 단계가 중요한데, 이를 자동화하는 기술이 이른바 ‘메이데이 eCall’ 기술이다. 교통사고 발생 시 사고차량에서 자동으로 사고 위치와 부상 상태를 응급대응센터에 전송함으로써 교통사고를 조기에 발견하고 즉각적 구호대응 조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그렇게 하면 우선은 야간 단독 사고로 인한 교통사고 사망자 수를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다. 특히 교통사고 위치 파악이 어려운 국도나 지방도 교통사고의 사상자를 줄이는 데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유럽에서는 eCall 기술 개발이 상당한 수준으로 진척되고 있으나 아직 연구개발이 미진한 우리나라는 이 기술의 개발과 실용화를 위해서는 더욱더 박차를 가해야 하는 상황이다.
우리나라는 자타가 공인하는 정보통신기술 강국이다. 이미 첨단 교통체계 기술은 세계를 선도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교통사고 응급대응 체계 분야에 대한 기술개발이 우선되지 않았다는 점은 크게 아쉽다. 세계적으로 앞서 나가는 우리나라의 차량 블랙박스 기술이나 내비게이션과 스마트 모바일폰 등 ICT 기술을 응용 개발하게 되면 충분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다.
‘메이데이(mayday)’는 비행기나 선박이 사고 조난을 긴급히 알리는 용어이다. 프랑스어의 도움 요청(m’aider)이라는 뜻에서 시작되었고 쉽게 영어 식으로 발음돼 약속된 세계 공통의 교통사고 조난 구조신호를 뜻하는 말이다.
가정의 달 5월에 소중한 가정의 행복을 지키기 위해 교통사고 대응 기술의 중요성에 대한 관계당국과 민간부문의 깊은 관심과 재인식 촉구를 위한 ‘메이데이’를 요청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