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KKR 기자간담회에서 로버츠 회장은 “최근 한국 정부와 대기업이 비핵심 사업을 과감하게 정리하는 기조를 보이고 있는데 이들 기업과의 파트너십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기업 비핵심 계열사 중 내실이 훌륭함에도 상대적으로 관심과 투자를 덜 받았던 기업에 대해 KKR이 새로운 성장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기업 운영효율 개선은 물론 해외 진출 시 자금과 네트워크 등에서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1976년 설립된 KKR은 블랙스톤·칼라인과 함께 세계 3대 사모펀드로 꼽힌다. 아시아 지역에서만 110억달러 규모의 투자를 진행하고 있으며 한국 투자규모는 5억7000만달러 수준으로 집계된다. 국내에서는 2009년 OB맥주 인수로 유명세를 떨쳤다. 당시 KKR은 OB맥주를 2조3000억원에 인수해 5년 만에 AB인베브에 6조2000억원에 되팔아 큰 차익을 남겼다.
지난해에는 엥커에쿼티파트너스 등과 컨소시엄을 꾸려 티켓몬스터 경영권을 인수했다. 현재는 이랜드와 킴스클럽 매각 본계약을 앞두고 있다.
KKR이 국내에서 유독 소비재·서비스 관련 기업에만 관심을 나타내는 것과 관련해 로버츠 회장은 “해당 부문이 글로벌 경기변동에 휩쓸리지 않고 국가별 성장세에 기반을 둬 비교적 안정적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해운·철강·자동차 등 산업은 한국의 주력 산업이자 한창 구조조정도 진행 중이지만 글로벌 경기변동에 취약하기 때문에 잘못 진입하면 막대한 손실을 볼 수 있어 현재로선 눈여겨보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특히 이러한 점은 저성장 국면에서 투자에 어려움을 겪는 국내 프라이빗에쿼티펀드(PEF)들이 참고할 만한 사항이라고 제시했다. 또 국내에서 해외 투자로 눈을 돌리는 PEF들에 대해서는 꼼꼼한 로컬 파트너 선정을 가장 중요한 성공 요인으로 꼽았다.
로버츠 회장은 “KKR은 해외 투자 시 역량의 90%를 파트너 선정에 사용한다”며 “리스크와 보상 등 여러 측면에서 이해관계가 잘 맞는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는 것이 사업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아직 국내 투자 정서가 해외 PEF에 대해 부정적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현재 사모펀드 시장이 10여년 전보다 많이 자리를 잡은 만큼 차차 해소될 문제라고 분석했다. 그는 “한국 사모펀드 시장이 채 시작도 하기 전에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인식이 나빠진 측면이 있지만 현재는 사모펀드 시장뿐 아니라 한국 자본시장 규제 등이 상당히 발전했다”며 “투명성이 높아지고 참여자가 늘어 경쟁은 강화된 상황에서 이러한 인식이 점차 개선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