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리퍼트 주한미국대사는 “한미 양국의 경제 관계는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이후 점차 강화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러길 기대한다.”면서 “훨씬 더 큰 통합의 효과를 내기 위해선 각종 규제완화가 필요하다.”고 1일 밝혔다.
리퍼트 대사는 이날 서울 조선호텔에서 열린 세계경제연구원(IGE) 주최 조찬 강연에서 ‘경제협력: 한미 경제 관계의 미래(Allies in Business: The Future of the U.S.-Korea Relationship)’를 주제로 강연하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강연 내내 한미 양국 관계와 관련해 “낙관한다(optimistic)”는 표현을 반복해 썼다.
최근 미국 상원 대표단이 한국을 방문,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 등과 함께 우리 정부에 한미 FTA의 완전한 이행을 촉구했으며 대통령 선거 이후 통상 마찰이 걱정된다는 일부 언론 보도처럼 구체적인 압박 기류가 형성되지는 않았다. 강연에는 대니얼 턴불 주한미국대사관 대변인 등이 참석했을 뿐 상원의원들은 자리하지 않았다. 우리 정부쪽에서는 송인창 기획재정부 국제경제관리관,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자유무역협정 교섭관과 김기준 미주통상과장이 참석했고 외교부에서는 천준호 양자경제외교국장 등이 참석했다.
리퍼트 대사는 다만 양국이 계속 공동 번영하고 상호 협력이 자연스럽게 진행되기 위해선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법률 서비스 시장 개방 등을 예로 들었다.
그는 “탄탄하고 깊은 양국 경제 관계는 FTA의 완전한 이행에 기반할 것이며 이를 위해선 공정하고 투명하고 일관성있어 예측 가능한 규제 완화로 일반적인 사업 환경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면서 “자동차와 금융, 지식재산권, 통관 등의 분야에서 규제 완화가 있어야 할 것이며, 법률 서비스도 완전히 개방될 때 한국 변호사들의 취업 기회도 늘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금융 분야에선 “한국에만 있는 제도”라며 서버와 클라우드 문제를 살짝 언급했는데, 이는 외국계 금융사들이 고객 데이터베이스(DB)가 담긴 서버를 외국이 아닌 한국에 꼭 두어야 하는 규정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또 “국내외 항공기에 대해 정비 기록을 모두 공개토록 규제하고 있는데 이는 항공사의 경쟁력을 낮출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박근혜 대통령도 규제완화가 민간 부문의 투자를 극대화할 것이라고 얘기했고 유일호 경제부총리도 같은 말을 했다.”면서 “모든 규제를 없애자는 게 아니라 공동번영의 길을 찾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통상 마찰이 생길 경우 다양한 대화 채널을 통해 풀어갈 수 있다고 낙관하면서 기존의 체제는 물론 상공회의소 차원에서, 또 차관급 대화 등 새로운 대화 기제를 보완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과 관련한 언급도 있었다.
리퍼트 대사는 “TPP 역시 회원국들이 공통의 규칙을 수립하고 일관되고 공정한 규제를 정비하자는 것”이라고 전제하면서 “미국 내에서도 TPP를 위한 환경을 만드는 중이고 의회 비준을 낙관한다.”고 했다. 한국이 참여 의사를 보인데 대해 “이미 12개 회원국 가운데 10개국과 한국이 FTA를 맺고 있는데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양국간 협의 가속화에 대해 말했다.”며 긍정적인 분위기를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최근 “대선 경선 레이스가 끝나는대로 TPP 의회 비준에 최선을 다하겠다.”라며 최우선 과제임을 강조했다.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 가운데 누가 대권을 쥐느냐에 따라 한국과의 경제 협력이 달라질 수 있느냔 질문에 대해선 즉답을 피했고 “미국 국민들이 결정할 부분”이라고만 언급했다.
북한의 외교 사령탑인 리수용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국제 담당 부위원장이 지난 31일 대규모 대표단을 이끌고 중국을 방문한 것, 북한이 무수단 미사일을 또다시 발사하려 했으나 실패한 것 등을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는 “이란과의 핵 협상을 통해 알게 된 교훈은 장기간으로 접근해야 하고 다자 체제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고 말하고 “미국은 조만간 중국과 전략대화를 통해 대북 문제를 다룰 것이며 중장기적 접근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그는 돌을 갓 지난 자신의 어린 아들 세준이가 방해해 강연 자료 출력에 애를 먹기도 했다면서 “다음 번 강연에는 세준이도 부르도록 하겠다.”는 사공일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 말에 “부인이 아마 좋아할 것”이라고 받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