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디젤차(경유차)가 미세먼지 발생의 주요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따라서 경유차 미세먼지 감축을 위해 노후 경유차의 수도권 진입 제한을 추진키로 했다. 하지만 경유 가격 인상이나 환경개선부담금을 부과하는 방안은 이번 대책에서 제외했다.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한때 경유차를 장려했던 환경부가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경유차 감축을 추진하면서 이율배반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2009년 디젤(경유)자동차는 ‘클린 디젤’ 이라며 친환경차의 범주에 포함됐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질소산화물을 1급 발암물질로 지정하고, 유럽에서 연식이 오래된 노후 경유차가 도시에 진입하지 못하도록 한 사이 우리 정부는 경유차 장려 정책을 펼쳤던 셈이다.
김신도 서울시립대학교 환경공학부 교수는 ‘클린 디젤’ 정책에 대해 “단열재를 써서 건물을 지으면 에너지가 50이 들어갈 것을, 폼 나게 건물을 지어서 에너지가 100정도 들어가게 해놓고 나중에 20% 절감했다고 ‘친환경’이라고 이름 붙인 것과 다름없다”고 꼬집었다.
또한, 중국발 미세먼지 감소 방안은 없고,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은 당초 계획대로 추진하는 등 실효성이 큰 대책이 빠져 허울뿐인 대책이라는 지적이다. 환경단체인 환경운동연합은 산업통상자원부가 당진에코파워을 비롯한 충남지역 신규 석탄화력발전 계획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환경부는 경유에 붙는 세금을 인상해 경유값을 휘발유 수준으로 끌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주장했지만, 박근혜 정부 기조인 ‘증세 반대’ 상황에서 논의가 진전되지 못하고 불발됐다.
다만 정부는 환경과 산업에 미치는 영향, 관련업계 입장, 국제수준 등을 고려해 4개 국책 연구기관 공동연구와 공청회 등을 거쳐 현행 에너지 상대가격의 조정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환경부는 경유에 붙는 세금을 인상해 경유값을 휘발유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기재부는 경유값을 올린다고 사용량이 줄어든다는 보장이 없다며 부처간 큰 견해차를 보여왔다.
하지만 천식, 호흡기, 심혈관계 질환 등을 유발할 수 있는 미세먼지의 위해성 우려는 알고 있지만, 미세먼지 주범이 경유차라는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것으로 여론이 흘러가면서 결국 경유값 인상은 없던일이 돼 버렸다.
국민의당은 이날 정부가 미세먼지 특별대책 관계장관회의에서 내놓은 미세먼지 대책에 대해 “의사 진료 없이 내놓은 처방전”이라고 비판했다.
이용호 원내대변인은 “정부가 국민적 비판 여론을 피하려고 성급하게 내놓은 일회성 대책”이라며 정확한 실태 조사와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