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택은 지난해 말 쏠리드-옵티스컨소시엄에 인수되면서 청산 직전 기사회생, 지난해 말 새롭게 출범했다. 최근 구조조정을 통해 최소 인력만을 남긴 팬택은 스마트폰 ‘IM-100’을 복귀작으로 내놓고 시장 재공략의 출사표를 던졌다. 모델명을 은유한 ‘I'm Back(아임백)’이라는 티저 문구가 가볍게 느껴지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티저 영상도 공개됐다. 해당 광고 영상에는 10년 전 ‘맷돌춤’ 광고로 화제를 모았던 배우 박기웅이 출연했다. 영상 속 박기웅은 당시 광고 배경음악이었던 푸시캣돌스의 ‘Don't Cha’에 맞춰 춤을 춘다. 사용자들에게 팬택을 다시금 연상시키려는 전략이다. ‘베가’를 버리고 ‘스카이’를 브랜드로 들고 나온 것도 좀 더 과거를 연상케 하고자 하는 의도로 읽힌다.
팬택이 절치부심 끝에 컴백하지만, 시장 환경은 그리 녹록지 않다.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극심한 경쟁에 몰려 있다. 과거 시장을 주름잡았던 브랜드들은 삼성전자를 제외하고는 속속 뒤안길로 사라지는 형국이다.
휴대전화 산업의 선발업체였던 모토로라모빌리티는 최근 레노버에 인수되며 ‘Moto’라는 이니셜만 남긴 채 브랜드는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한때 북미 휴대폰 시장의 강자였던 LG전자는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스마트폰 실적 때문에 끊임없이 MC사업본부 구조조정설에 시달리고 있다. 애플보다도 먼저 스마트폰 시장을 장악했던 블랙베리는 얼마 전 안드로이드와 물리키보드를 장착한 ‘프리브’를 야심차게 내놨으나, 기대와 달리 심각한 판매 부진을 겪고 있다.
과거의 화려한 실적 속에서 이미 실패는 시작되고 있었다. 2009년 ‘아이폰 쇼크’ 당시 대부분의 업체들은 변화에 둔감했다. 이들은 스마트폰 시장 전환에 3년에서 5년은 필요할 것이라는 낙관적인 보고서를 철석같이 믿었다. 특히 국내 업체인 LG전자의 경우 초콜릿폰의 대성공이 스마트폰으로의 전환을 늦추는 독이 됐다.
선도업체에서 후발업체로 전락한 이들 업체는 현실을 인지하기보다는 출발이 늦었을 뿐, 더 높은 사양과 기능으로 무장하면 쉽게 제자리를 찾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이들이 만든 제품은 프로세서 속도나 화면 해상도, 배터리 사용 시간에서 아이폰을 멀찌감치 추월했지만, 소비자들을 설득하는 데 실패했다.
기술 혁신은 지갑을 열지 못했다. 소비자들은 잘 사용하지도 않고 잘 사용할 수도 없는 기능들이 덕지덕지 붙은 스마트폰을 원하는 게 아니라, 실제 자신의 생활을 바꿀 수 있는 무언가를 원했다. 최소한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기술은 과거의 패러다임’일 뿐이었다.
다시 팬택 얘기로 돌아가 보자. 팬택의 재도전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SK텔레텍 스카이’는 성공했지만, ‘팬택 스카이’는 왜 실패했는가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SK텔레텍 당시 스카이 휴대폰은 내구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수없이 받았지만, 감각적인 화이트 색상과 디자인 콘셉트, 감성적인 마케팅 전략을 구사하며 성공을 거뒀다.
반면, 팬택의 스카이는 성능과 기능은 만족스러웠지만, SK텔레텍때부터 사용되어 온 캐치프레이즈였던 ‘잇츠 디퍼런트(It's Different)’가 연상되지 않았다. 너도 나도 최고 사양을 내세웠던 수많은 제품 중 하나였을 뿐.
혹자는 감성은 프리미엄 제품의 전유물이라고 주장한다. 일부는 맞고 일부는 틀리다. 중국의 샤오미는 제품의 주요 콘셉트를 1위 제품에서 그대로 베끼고 1위 제품의 절반 가격으로 시장을 공략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샤오미가 뛰어난 것은 제품의 감성적인 요소를 오롯이 담아내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팬택이 프리미엄 시장을 피해 30만~40만 원대로 가격을 낮춰 잡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는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기대하는 이유다. 또한 무선충전기 겸 스피커를 함께 선보인다는 소식도 팬택이 사양 경쟁을 떠나 사용성에 주목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사실 업계 대대수의 사람들은 팬택의 재기에 의문 부호를 달고 있다. 한 번 쇠락한 기업이 치열한 경쟁환경에서 다시 살아나기는 힘들다는 게 이들의 시각이다. 하지만 세상 일이란 게 예상대로만 되지 않는 법. 팬택의 멋진 부활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