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율의 정치펀치] 무한반복 국회

입력 2016-07-06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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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속담에 “오케스트라는 바뀌었지만 음악은 똑같다”(Orchestra wechselt aber Musik bleibt gleich)라는 말이 있다. 그런데 요새 정치권의 모습을 보면, 정말 이 독일 속담이 딱 들어맞는다는 생각을 가질 수밖에 없다. 사람만 바뀌고 인적 구성만 바뀌었을 뿐 나오는 얘기는 똑같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는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개헌특위 구성을 제안했다. 이런 제안은 그동안 역대 국회에서 지겹도록 반복된 사안이었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역시 국회 연설에서 고위 공직자 비리 수사처 신설을 역설하고 나왔지만, 이 역시 우리나라 국회에서 끝없이 반복되는 레퍼토리 중의 하나다. 새누리당이 먼저 들고 나온 국회의원 특권 폐지 법안도 매번 국회가 새롭게 시작될 때마다 등장했던 고정 메뉴였다. 마치 습하고 더워지면 여름이 시작되는구나 하고 알 수 있듯이 정치권에서 이런 소리가 나오면 이제 새로운 국회가 구성됐구나 알게 되는 일종의 ‘자연적 현상’이 돼버렸다.

우리나라 국회가 이젠 이슈와 어젠다 결핍 현상에 시달리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된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금 3당은 비대위 체제로 돌아가고 있는데 이 역시 이젠 식상할 정도다. 한 가지 예로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지금 비대위원장을 겸직하고 있는데, 박지원 대표는 세 번째로 비대위원장을 맡는 셈이다. 이 정도로 비대위가 빈발되고 있다는 것인데, 이 정도라면 비상대책위의 일상화라고 볼 수 있다. ‘비상’이 ‘일상’이 되면 이런 ‘일상’이 정상이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결론적으로 우리 정치판이 얼마나 비정상적인지를 보여주는 가장 중요한 예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국회의 구성원은 바뀌지만 나오는 말이나 하는 행동들은 어쩌면 그렇게 똑같은지 모르겠다.

무한 반복 국회의 특징은 단순히 할 말이 없거나 아니면 다른 이슈가 없기 때문에 나타나는 것은 아니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무한 반복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은 그동안 이런 문제들이 계속 해결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결국 이런 문제의 해결 능력이나 의지를 우리나라 국회가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즉 자신들의 무능력함을 스스로 드러내는 셈이기에 문제가 심각하다는 말이다.

두 번째로 들 수 있는 문제점은, 국민들에 대한 무시다. 이번에 정치권이 들고 나온 자신들의 특권 폐지는 더민주의 서영교 의원이 문제를 일으키니까 마지못해 들고 나온 측면이 있다. 거기에 더민주 조응천 의원이 애꿎은 사람을 성추행범으로 몰았기에 특권 문제를 거론하지 않을 수 없는 환경이 됐다. 특권 폐지를 들고 나왔지만 여론이 시끄러울 때 일단 특권 폐지 법안을 발의해 놓고 시간을 끌어 자동 폐기하게 하면 된다는 식으로 나올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동안 우리는 이런 식의 행동을 수없이 보아왔기 때문이다. 이는 일반 국민들이 법안 발의와 법 제정을 잘 구분하지 못한다는 약점을 이용하는 것으로, 국민들을 무시하지 않으면 나올 수 없는 ‘짓’이다.

결론적으로 우리 국회는 스스로 무능함을 드러내면서도 국민 알기를 우습게 아는 정말 최악의 습성을 가지고 있고, 이를 바탕으로 스스로의 행동을 무한 반복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우리 국회가, 그리고 우리 정치권이 이 정도가 되기까지 유권자인 우리의 책임도 크다. 우리가 제대로 정치권을 ‘관리’하지 못했기에 정치권이 국민을 우습게 본다는 뜻이다. 이제 우리 스스로 정신을 차려야 한다. 그리고 문제가 있으면 들끓었다가 금방 잊는 습성도 버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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