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 반 우려 반’ 공매도 공시제도가 본격 시행됐다. 아직 시행 초반임에도 벌써 시장에는 불공정거래와 투기 수요를 잡겠다는 애초 취지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회의적인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공매도 공시제도 시행 이틀째인 이달 1일 기준 유가증권시장의 공매도 잔고비율이 0.83%에서 0.61%로 감소했다. 코스닥은 2.18%에서 1.43%로 줄었다.
거래소 측은 이와 관련해 “외국계 공매도 비중이 예상과 달리 90% 이상인 것으로 드러나면서 외국계 투자자들이 부담을 느끼고 공매도 잔고를 줄인 것으로 분석된다”며 “제도가 첫날부터 효과를 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들은 다소 부정적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시장에서 공매도 공시제도를 애초 목적인 불공정거래를 막는 기능으로 부각시키는 것이 아니라 공매도 자체를 막는 제도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공매도 순기능마저 상실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공매도는 종목의 이벤트나 펀더멘털을 가격에 빠르게 반영시키는 등 주식의 가격 발견 효율성 면에서 순기능적 측면이 적지 않다”며 “공매도를 악용하는 일부 세력으로 인해 공매도 자체에 대한 제약이 커지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헤지펀드 매니저도 “공매도 주체 세력에 대한 인적사항 공개는 해외에선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과도한 규제”라며 “외국인들이 한국 투자에 부담을 느낄 수 있어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 종목에 대한 공매도 잔량을 1주 단위로 공시하고 있는 홍콩에서도 해당 공매도 주체에 대한 공시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미국 역시 일간 공매도 수량과 거래 내용은 공시 대상이나 공매도 주체 관련 사항은 공개하지 않는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도 “이번 공시제도 시행으로 주식을 차입하기 어려워지면서 롱쇼트 전략 자체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며 “또 펀드 규모가 큰 경우엔 이를 합산해서 공매도 포지션을 산출하기 때문에, 실수로 며칠만 공시를 못 하더라도 상당한 규모의 벌금을 물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