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상세히 보면 자민당으로는 대승리였다고 할 수 없는 부분들이 있다. 먼저 자민당 단독으로는 과반수 획득에 실패했다. 이번에 자민당만으로는 56석을 얻었기 때문에 개선되지 않은 65석과 합해서 자민당 의원수는 참의원 국회의원수의 반인 121명이 되었다. 즉 과반수 122명에는 1명 부족한 상태인 것이다. 이 결과는 자민당 단독으로 어떤 것도 결정할 수 없고 법안 처리에는 항상 공명당이나 다른 협력세력의 협조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즉 공명당이 항상 그랬듯이 자민당의 횡포를 막을 수 있는 조건이 아직 유효하다.
그리고 이번 선거에서 아베 내각의 각료가 2명 낙선했다. 이와키 미쓰히데(岩城光英) 법무상과 시마지리 아이코(島尻安伊子) 오키나와 북방영토상이다. 2명 모두 야당이 내세운 통일후보에 패배한 결과였다. 이와키 법무상은 국회 질의응답 때 야당의 질문에 대해 답변하지 못하는 초라한 모습을 몇 차례 보였고 시마지리 오키나와 북방영토담당상은 자신이 담당하는 일본의 북방 4개섬의 이름을 제대로 말하지 못했다. 그렇게 국민 앞에서 무능함을 드러낸 두 명은 이번에 야당의 공세를 이겨낼 수 없었다. 이런 현상은 국회의원이 무능하면 일본 국민들이 용서하지 않는다는 본보기를 보여준 사례라 할 수 있다.
이번 선거에서 민진당, 공산당, 사민당 등 야당 4당이 전국의 1인구(1명을 뽑는 선거구) 중 32군데에서 선거협력을 했고 단일후보를 냈다. 결과는 야당의 11승 21패였다. 이 결과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지만 일단 긍정적인 평가가 우세인 것으로 나타나 있다.
이번 선거유세 중 아베 총리는 개헌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 오로지 일본의 경제를 재건하는 얘기, 아베노믹스를 계속적으로 밀어붙여야 한다는 얘기,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정책실현 등에 관한 얘기 등을 호소했다. 야권 세력은 아베 총리가 정식 군대를 부활시키려는 개헌 논의를 숨기고 경제 얘기만 내세운다고 공격했다. 실제로 아베 총리든 유세장에 나간 다른 여권 인사든 간에 개헌을 언급하지 않았다. 세계적인 경제적 불황을 극복할 수 있는 것이 아베노믹스 뿐이라는 점을 유세장에서 강조한 연립여당은 개헌 논의로 맞선 야당 세력을 압도해 버렸다.
아시히신문이 올 5월초에 발표한 일본 국민 대상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개헌 반대가 55%, 찬성 37%였다. 그리고 개헌 논의가 아직 미흡하다는 의견이 62%였고 자위대를 군대로 승격시키려는 헌법 제9조 개정에는 찬성 27%, 반대 68%였다. 아울러 국가 긴급 시에 자위대를 투입하기 쉽게 만드는 긴급사태조항을 헌법에 신설하자는 자민당 안에 대해서도 찬성 33%, 반대 52%로 반대가 예상 외로 많았다. 결국 이런 여론조사 결과를 심사숙고한 자민·공명 연립여당은 유세과정에서 개헌 논의를 정면에 내세우면 야당의 전략에 말려들어갈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의도적으로 개헌 논의를 숨긴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선거에 승리한 후의 기자회견에서 아베총리는 “[여당에 투표한 사람들은] 개헌까지 생각하셔서 투표하셨다고 생각한다”라고 발언했고 “아직 개헌의 세부사항에 대해 논의할 단계는 아니다. 앞으로 헌법심사회에서 충분히 논의를 해야 한다”라고도 발언하면서 사실상 개헌 논의를 시작하겠다고, 숨겨왔던 얘기를 즉각 꺼냈다. 개헌 논의를 언급하지 않았던 게 전략이었음을 보여준 셈이다. 하지만 그는 “자민당의 개헌 초안대로는 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말은 자민당이 압승을 못했다는 선거 결과를 반영한 말이다. 그러므로 앞으로의 개헌 논의는 개헌세력 즉 자민, 공명, 오사카유신회 등을 중심으로 진행될 것이고 이 3자와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면서 최종적인 개헌 초안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참의원 선거가 여당의 승리로 끝난 이유로는 참의원 선거 직전에 세계가 많이 동요된 사실을 하나의 요인으로 꼽을 수 있다. 브렉시트 즉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결정, 이슬람 과격파 세력에 의한 대규모 연속적 테러사건의 발생, 특히 방글라데시에서 일어난 테러로 일본인 7명이 IS 추종자들에 의해 잔인하게 살해되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미국에서 백인경찰관이 흑인을 검거하는 과정에서 그를 사살한 사건을 계기로 이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발생했고 그 시위대를 막으려는 백인 경찰관 5명이 퇴역군인(흑인)의 총격에 사살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런 사태로 미국사회의 백인과 흑인의 대립이 심화되었다. 오바마 대통령이 즉각 “미국사회가 분단되지 않는다고 굳게 믿는다”라는 성명을 냈지만 그 말과 반대로 미국사회가 분단되기 시작한 것이 아닌가 하고 바라보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이런 세계적인 현상들을 보면서 일본인들이 더욱 보수화되어 갔다고 판단된다.
이번 참의원 선거의 특징 중 하나가 만 18세 이상의 젊은 층에 선거권을 부여한 일본 역사상 최초의 선거였다는 점이다. 이 조치로 유권자는 약 240만 명 늘었고 그 결과 유권자수는 약 1억124만명이었다. 늘어난 18세와 19세의 비율은 약 2.4%에 불과하다. 그러나 일본정부와 언론들은 젊은 층의 투표 경향에 많은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젊은 층의 투표 경향이 전체 유권자들에 주는 영향력이 크다고 보는 시각들이 많기 때문이다.
이번에 18~19세가 투표한 정당은 자민당 약40%, 민진당 약20%, 공명당 약10%라는 결과가 나왔다. 즉 젊은 층이 여당에 상당히 많이 투표했음을 알 수 있다. 젊을 수록 진보 세력에 투표하는 경향이 있는 한국과는 대조적인 결과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결과를 미리 예상했는지 18세 이상에 대한 선거권 부여에 대해서 자민당이 가장 적극적이었다. 자민당이 경제적으로는 신자유주의이고 정치적으로는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장려하는 우파인데도 자민당에 대한 지지가 민진당을 중심으로 하는 야당에 대한 지지를 압도했다. 한마디로 현재 일본 야당이 대안이 될 수 없고 일본의 국정을 맡길 수 없다는데에 참의원 선거에서 여당이 이긴 원인이 있다는 분석들이 주류를 차지한다.
한편 이번 참의원 선거의 투표율은 54.7%로 집계되었다. 이 결과는 지난 2013년의 참의원 선거 투표율 52.61%를 약간 웃돌았지만 1945년 이후 4번째로 낮은 수치였다. 일본 국민들 중의 정치무관심층이 늘어나는 추세다. 그래서 기폭제로 18세 이상에 선거권을 부여했지만 그 효과는 아직 미지수다. 18세의 투표율은 51.17%, 19세는 39.66%로 나타나 전체 투표율을 밑돌았다. 그리고 지지정당이 없는 일본인들이 증가세에 있다. 지난 6월 일본TV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지지정당이 없다는 회답이 35.7%, 모른다는 회답이 1.9%로 37.6%가 지지정당이 없음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이런 일본의 무당층 증가세는 한국의 경우와 비교하면 뚜렷하다. 7월12일 발표된 리얼미터에 의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한국의 무당층은 16.7%였다.
한편 같은 여론조사에서 일본의 경우 지지정당이 자민당 37.9%, 민진당 13.5%, 공산당 4.1%, 공명당 4.0% 등으로 나타났고 한국의 경우는 새누리당 30.1%, 더불어민주당 27.7%, 국민의당 14.8%, 정의당 6.6% 등으로 나타났다. 한국과 비교하면 일본은 자민당 지지층과 무당층이 약 40%정도로 기타를 압도한다. 이것은 한국의 경우와 매우 차이가 있는 현상이다. 무작위로 10명을 뽑으면 일본은 자민·공명 즉 여당 지지자가 4~5명, 무당층 4명, 민진당 1~2명이 된다는 얘기다. 이에 비해 한국의 경우 10명을 뽑으면 새누리당 지지자가 3명, 더민주당 3명, 국민의당 1~2명, 무당층 1~2명 등이 되는 계산이다. 즉 일본은 한국과 달리 여당과 무당층이 압도적 강세인 것이다. 그러므로 여당과 무당층이 강세인 일본의 정치는 당분간 보수화, 우경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