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 고재호(61) 전 사장 재임 시절에 저지른 회계사기 규모가 5조 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 부패범죄특별수사단(단장 김기동)은 2012~2014년 회계사기 규모를 5조 7000억 원대로 파악했다고 14일 밝혔다. 영업이익 조작 규모만 2조 7000억 원에 이른다.
회계사기 규모는 2012년부터 3년간 순자산 기준으로 산정된 금액이다. 대출사기, 성과급 사기 등의 혐의 사실이 구체화되면 대우조선해양 경영진의 혐의 액수는 크게 늘어날 수도 있다.
검찰은 대우조선해양이 추진한 프로젝트 별로 현업부서의 로 데이터(raw data, 원시 자료)를 정밀하게 분석한 결과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지난 6월 감사원이 발표한 금액보다 손실 규모가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손실 규모를 산정하면 부실 해외 자회사에 투자한 주식과 채권 손실이 반영되지 않기 때문에 순자산을 기준으로 삼았다.
이런 회계사기 범행은 대우조선해양이 추진한 대규모 프로젝트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해양플랜트 사업은 하나의 프로젝트만 실패해도 조 단위의 손실이 발생할만큼 리스크가 큰 사업이다. 대우조선해양이 최근까지 진행한 주요 해양플랜트 프로젝트의 손실은 3조 원이 넘는다.
예를 들어 노르웨이 송가 오프쇼어사와 체결한 2조 4000억 원대 송가프로젝트의 경우 발생한 손실만 1조 3000억 원대다. 검찰은 이 프로젝트가 처음부터 손실이 발생하는 구조였다고 보고 있다. 기술 축적이 안 된 상태인 데다 저가로 수주를 했기 때문에 회사 사정이 점점 더 어려워질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선박 건조를 하면서 공사손실로 예상되는 금액은 1조 3000억 원이었는데, 실제로 회계장부에 공사손실충당부채로 반영된 건 108억 원이다. 이렇게 천문학적인 손실을 감추고 허위 계상하는 방식은 명백한 회계사기"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이날 고재호 전 사장 재임시절 재무담당자(CFO)인 김갑중 전 부사장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 상 사기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고 전 사장은 회계 부정이 있었던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본인이 알지는 못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검찰은 2012년부터 3년 간 4000억 원 이상 흑자가 나는 것처럼 공시하는 것은 경영진 관여가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김 전 부사장의 대출사기와 성과급 사기 등의 부분은 추가 조사를 거친 후 고 전 사장을 기소할 때 일괄 처리할 방침이다. 고 전 사장은 이르면 25일께 기소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