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야후메신저가 종료되면서 채권시장이 프리본드와 로이터 사이에서 눈치 보기 중이다. 증권사를 중심으로 한 브로커 쪽에서는 프리본드 메신저를 선호하는 반면, 은행과 외국계은행 등 은행계 기관과 스왑딜러들 사이에서는 로이터 메신저를 우선하고 있어서다.
장외거래(OTC)를 중심으로 하는 채권시장은 당초 전화 등을 통해 호가 등을 주고받았었다. IT가 발달한 2000년대 초반부터는 야후메신저가 도입됐고 그동안 가장 보편적 수단으로 자리 잡아 왔었다.
◇국내기관 증권사는 프리본드, 애널 등 일반인 가입불가는 단점 = 국내기관들은 프리본드를 선호하는 분위기다. 대신증권이 운용했던 대신 싸이보스 메신저 서비스가 2011년 종료되면서 대거 프리본드로 옮겨온 상태이기 때문이다.
프리본드는 금융투자협회가 2010년 4월 출시한 채권 장외거래시스템이다. 거래 투명화 등을 이유로 당국이 사설 메신저를 억제한 것도 국내기관들이 프리본드로 이동했던 원인이 됐다.
프리본드는 메신저서비스 뿐 아니라 실시간 체결과 호가정보까지 탐색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 대화방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저변확장에도 유리하다. 아울러 야후메신저에 등록된 친구목록을 그대로 불러와 구현할 수 있는 편리성도 있다.
반면 채권전용 시스템이라는 점에서 백오피스(후선) 관계자나 채권애널리스트, 기자 등 채권거래와 관계없는 사람들은 가입할 수 없다는 게 단점이다. 인사발령을 통해 채권거래 이외부서로 발령이 날 경우에도 관련 시스템을 접속할 수 없다.
금투협 관계자는 “보완성과 안정성 측면에서 시스템 출시부터 이런 정책을 펴왔다”며 “대상자 확장 문제는 업계와 협의해봐야 할 문제”라고 전했다.
◇은행, 외국계은행, 스왑딜러는 로이터, 데이터 저장 로이터에 위탁할때만 유료 = 은행과 외국계은행, 스왑딜러 등 기관들은 로이터 메신저를 선호하는 모습이다. 외국계 본사에서 야후와 로이터 메신저 등만을 공식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메신저로 인정해왔던 점도 작용하는 분위기다.
로이터 메신저는 톰슨로이터사가 제공하는 것으로 로이터 단말기와 연계될 수 있다는 게 최대 장점이다. 일괄 메시지 전송 기능은 대규모 거래에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또 개방형 메신저로 로이터 단말기 사용과 관계없이 회사원이면 누구나 가입이 가능하다.
메신저 대화기록을 저장하는 기능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XML feed라는 메신저 송수신 기록을 데이터 형식으로 제공한다. 다만 대화기록 보관을 로이터에 위탁할 경우 5명 단위로 165달러를 내야한다.
◇프리본드 vs 로이터 쟁탈전..참여자들은 눈치보기 중 = 금투협은 프리본드 고객 확대를 염두에 두고 시스템 확장에 나섰다. 빠르면 다음주까지 시스템 업그레이드를 끝낼 예정이다.
앞선 금투협 관계자는 “급작스런 이용자 급증이 예상되면서 서버 성능을 개선하고 있다”며 “은행권은 물론 연기금 등 주요기관들의 문의가 많다. 현재 46개 기관 90여명 정도”라고 전했다.
기존 증권사 등 기관을 중심으로 프리본드에 가입돼 있다는 점에서 적은 숫자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반면 로이터도 홍보에 적극적이다. 회사이름과 회사이메일, 본인의 영문 및 한글 이름을 로이터측에 제공하면 회사 이메일을 메신저 아이디로 사용할 수 있다. 메신저에 이름과 회사명을 공개토록 함으로써 불확실성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로이터 관계자는 “외국계은행에서는 로이터 메신저를 쓰게끔 지시가 떨어진 곳이 많은 상황”이라며 “국내 증권사와 은행, 자산운용사 등에서 메신저 아이디 발급 신청이 많다”고 전했다. 이날 기자가 직접 로이터 메신저 아이디를 신청해 본 바로는 100여명의 신청자가 몰려있어 다음주 중순 중에나 아이디 발급이 가능한 상황이다.
한편 시장 참여자들은 눈치보기가 한창이다. A증권사 채권딜러는 “운용사 등은 프리본드를 스왑분야와 은행쪽은 로이터로 양분되는 것 같다”면서도 “다들 눈치만 보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B증권사 채권딜러도 “일부 은행권들이 로이터를 선호한다고 하는데 일단 중지는 프리본드 쪽에 모이는 것 같다”면서도 “굳이 로이터를 쓰겠다면 따로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상대적 약자인 브로커는 결국 두 메신저를 동시에 사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외국계은행의 한 본부장은 “야후메신저 종료로 혼란이 있을 것 같지는 않다. 기관들이야 다들 자기 편한 것 하나를 쓰겠지만 브로커는 어차피 두 개 메신저를 같이 쓸 것 같다”고 예측했다.
대세를 따르겠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C증권사 채권딜러는 “프리본드와 로이터 중 프리본드로 갈 것 같다. 로이터는 메신저가 주된 기능이 아닌데다 국내 기관 요구에 맞춰 뭘 해주기 어렵지만 프리본드는 수정이 쉽고 계속 업데이트를 요청할 수 있기 때문”이라면서도 “일단 두 개 모두 쓰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선물사의 한 브로커와 복수의 채권애널리스트는 “프리본드와 로이터 사이에서 아직 결정내리지 못했다. 남들 가는대로 따라 갈 수밖에 없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