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기반 주요 금융지주사들은 기준금리 인하와 기업구조조정에 따른 대손충당금 상승 우려속에서도 양호한 실적으로 상반기를 마무리했다. 신한금융지주가 역시 부동의 실적 1위를 기록했고, 최근 비은행 계열의 대형 인수합병(M&A)를 성공시킨 KB금융이 가파른 성장세로 추격하고 있다. 하나금융은 합병 시너지가 뚜렷한 실적으로 이어지지 않았고, 우리은행은 단일 은행 실적으로 선방하는 모습이었다.
◇대손충당금, 신한 발목 잡고… KB는 날개 달고 = 올 상반기는 부동의 1위였던 신한금융과 이를 추격하던 KB금융의 격차가 줄었던 가장 큰 원인은 대손충당금이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조선·해운업에서 시작된 여신 심사 기준 강화에 따라 일반 대기업에 대한 여신관리도 엄격해졌다. 특히 부도 위험 증가에 따라 대손충당금 상승이 은행 실적의 발목을 잡을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신한금융은 상반기 6383억 원의 대손충당금을 기록해 전년(6551억 원)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반면 KB금융은 신한금융의 절반 수준인 3135억 원으로 낮췄다. 전년(4586억 원) 보다 31.6% 감소한 것으로 두 금융지주의 희비가 엇갈린 대목이다.
충당금이 급격히 줄어든 KB금융은 2012년만에 처음으로 1조원대 순이익을 올렸다. 상반기 1조1254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해 9000억 원대에 머물 것이라던 증권가의 예상치를 훌쩍 뛰어넘긴 어닝서프라이즈다.
우리은행은 전년보다 40% 가까이 줄어 4310억 원을 기록했고, 하나금융은 4985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9%(1161억 원) 감소했다.
◇비은행 주력사, 지주 실적 좌우 = 주력 계열사인 은행은 기준금리 인하에 따라 예대마진으로 올릴 수 있는 수익이 이미 한계에 도달했다.
때문에 비은행 계열사가 얼마나 좋은 실적을 내느냐에 따라 해당 분기의 실적이 좌우되고 있다.
우선 신한금융 실적 1위의 바탕은 카드사 매출이다.
신한카드는 3552억 원으로 1.0% 증가에 머물렀지만 은행 다음으로 높은 실적이다. 국내 최대의 가입자를 발판으로 아직 다른 지주사와 비교 불허한다.
반면 신한금융투자는 순이익은 506억 원으로 지난해 상반기(1256억 원)의 반토막이 됐다.
KB금융은 카드사와 지난해 인수한 KB손해보험(구 LIG손해보험)이 효자노릇을 톡톡히 해냈다.
국민카드는 상반기에 1533억 원의 순이익을, KB손해보험은 1490억 원의 순이익을 냈다.
신한·KB금융은 비은행 계열사가 탄탄하게 자리잡고 있는 것과 달리, 우리은행과 하나금융은 아직 은행 쪽에서 대부분의 실적이 나온다는 한계가 남아있다.
우리은행·하나금융의 비은행 계열사 수익은 크지 않은 수준이다.
우리은행 계열사인 우리카드 609억 원을 기록했고, 우리종합금융 114억 원의 이익을 냈다.
하나금융 계열사인 하나카드는 상반기 388억 원의 당기순이익 올렸고, 하나금융투자는 334억 원, 하나캐피탈은 407억 원, 하나생명 105억 원, 하나저축은행 66억 원을 각각 기록했다.
◇여·수신 포트폴리오 개선으로 이자이익은 개선 = 상반기 시장 예상보다 이른 기준금리가 이뤄졌음에도 순이자마진(NIM)은 다소 개선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자 지급비용이 제로(0%)에 가까운 저비용성수신(요구불예금)이 늘고 있고 낮은 금리로 대출이 늘어난 영향이다.
신한금융의 은행 원화 대출은 전년 말 대비 2.9% 증가했고, 지난해 4분기 1.46%이던 NIM은 2분기 연속 0.02%포인트씩 올라 1.50%를 기록했다.
이 덕분에 상반기 신한은행의 이자이익은 2조1636억 원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5.4% 늘었다.
KB금융도 은행의 원화 대출금이 1분기에 1.8%, 2분기에 2.0% 성장했다.
이에 따라 상반기 순이자이익은 3조509억 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1.1%(336억 원) 감소했으나 2분기에는 전분기보다 2.5%(383억 원) 늘었다.
우리은행은 정수준 (1.6%)의 대출성장과 포트폴리오의 질적 개선을 통해 이자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713억 원(7.4%) 증가했다.
하나은행은 2분기 NIM이 저비용성예금 증가 및 대출 포트폴리오의 질적 개선을 통해 전분기 대비 1bp 증가한 1.81%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