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가 영국과 세계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경제연구원과 아시아금융학회는 27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한경연 대회의실에서 토마스 윌렛(Thomas D. Willett) 클레아몬트대 교수를 초청해 ‘브렉시트 이후 유럽경제질서의 전망’ 세미나를 개최했다.
미국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와 재무성 부차관보를 역임하고 현재 미국 클레아몬트(Claremont)대 교수로 재직 중인 윌렛 교수는 “브렉시트 이후 영국은 단기적으로 경기침체를 겪을 수 있지만 장기적인 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했다.
반면 그는 브렉시트가 EU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윌렛 교수는 “EU의 경우 역내 대출과 투자, 은행부채도 개선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고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완화나 마이너스 금리정책은 금융부문의 왜곡을 확대시킬 것”라고 말했다.
그는 “ECB의 재정확대도 독일의 반대로 불가능해 보이는 가운데 경기침체 심화로 구조조정도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독일이 그리스 부채를 탕감하거나 재정이전을 해줄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결국 EU는 1930년대 세계대공황 시기 미국의 경기침체와 같은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한편 윌렛 교수는 유로존이 확대되면서 EU내 유로존 가입국가들의 경제난이 가중되고 있다는 점도 향후 EU 경제의 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인이라고 주장했다. 유로존은 역내 고정환율제도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경기침체 시 회원국가들이 독자적인 환율정책과 통화정책을 사용할 수 없다.
그는 “유일한 경기부양책이 재정정책이다 보니 재정적자가 확대되고 국가부채가 늘어나면서 남유럽국가들과 같은 위기가 반복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브렉시트 이후 EU체제는 큰 개혁 없이 파행적으로 운영되겠지만 정치적인 변화에 따른 체제 변화 가능성을 배제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윌렛 교수는 EU체제를 유지하려면 각국의 경제적 이익이 중요한데, 관료나 정치인들이 회원국가와 역내기구설립 확대를 통한 정치통합에만 주력한 것이 브렉시트의 발생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독일이 EU 체제로 경제적 이득을 독식하면서 EU내 경제적·정치적 영향력이 확대됐다는 점도 원인으로 덧붙였다.
윌렛 교수는 “EU 발족과 유로존 출범 이후 산업경쟁력이 강한 독일의 무역수지 흑자폭은 확대됐지만 그리스, 이탈리아 등 남유럽과 영국의 무역수지는 악화됐다”며 “그 결과 국부가 남유럽과 영국에서 독일로 유출되면서 독일의 경제적·정치적 영향력은 상대적으로 높아졌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