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여자골프가 17일 개막된다. 이번 올림픽은 112년 만에 부활된 골프에서 누가 금메달을 목에 걸지가 초미의 관심거리다. 출전하는 것만으로도 ‘가문의 영광’인 올림픽 골프 종목의 출전선수들이 랭킹에 따라 여자는 4명이 출전한다. 출선선수는 모두 60명이고, 4일간 72홀 스트로크 플레이로 순위를 가린다.
세계여자골프랭킹에 따라 랭킹 5위 박인비(28KB금융그룹), 6위 김세영(23미래에셋), 7위 양희영(27피엔에스), 8위 전인지(22하이트진로) 등 4명이 나간다. 이들은 각국의 대표들과 샷 대결로 메달 경쟁을 벌인다.
한국은 메달을 따기는 한다. 그런데 색깔이 문제다. 금메달에 대해서는 ‘흐림’이다. 이유는 도박사들이 우승 1순위로 올려놓은 세계여자골프랭킹 1위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19캘러웨이)가 있기 때문이다. 한국선수들에게는 최대의 걸림돌이 아닐 수 없다. 여기에 언제든지 우승을 넘보는 베테랑 스테이시 루이스(미국)를 비롯해 캐나다 스타 브룩 헨더슨, 태국의 강호 아리야 주타누간이 한국 선수들의 발목을 잡을 선수로 손색이 없다. 다만, 한국 여자는 다른 나라 선수들이 2명밖에 출전하지 못하는 것에 비해 4명이나 들어가 있어 유리한 입장이다.
올 시즌 초반만 하더라도 한국 여자프로골퍼는 메달에 대한 걱정이 별로 없었다. 그러나 지난해까지만 해도 금메달 주인공으로 누구도 의심치 않았던 박인비가 허리와 손가락 부상으로 고전하면서 메달전선에 비상이 걸렸다. 박인비는 올 시즌 ‘명예의 전당’에 입성했지만 우승이 없다. 게다가 국내 대회에서 컷오프됐다. 거리도 줄고 퍼팅도 엉망이다. 박인비가 주춤하는 사이 리디아 고는 톱랭커답게 4승이나 올리며 절정의 샷 감각을 발휘하고 있다. 헨더슨과 주타누간도 우승컵을 들어올리고 있다. 강적들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장타자 주타누간이 시즌 4승을 올리면서 유력한 금메달 후보로 떠올랐다.
한국은 박인비만 있는 것은 아니다. 결정적일 때 한 방을 날리는 대항마가 있다. 바로 ‘역전의 명수’ 김세영이다. 지난해 루키시절 연장전에서 이글 한 방으로 박인비를 가볍게 보낸 주인공이 바로 김세영이다. 그는 지난해 3승, 올 시즌 2승을 올리며 좋은 샷을 유지하고 있다. 그는 선두에 나섰다가 우승한 적이 별로 없다. 지고 있다가 막판에 뒤집어버리는 묘한 재주를 타고 났다. 163cm에 태권도가 3단이다. 견고한 하체와 유연성이 드라이버 거리 280야드 이상 장타를 날리는 원동력이다. 이번 올림픽에서 그에게 거는 기대가 적지 않다.
‘플라잉 덤보’ 전인지는 175cm의 ‘8등신 미인’으로 올해는 아직 우승이 없다. 그러나 기량만큼은 메달감이다. 신인왕 1순위에 올라있지만 아쉬운 점은 아직 우승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국내에서 ‘절대강자’였던 그는 일본여자프로골프 투어에 처음 출전한 대회인 메이저 대회 월드 레이디스 챔피언십 살롱파스컵에서 일본의 스타들을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그런 뒤 미국 내셔널타이틀 US여자오픈을 제패했다. 세계 여자 선수 중에서 메이저 3개의 타이틀을 동시에 거머쥔 것은 전인지가 처음이다.
양희영도 메달 가시권에 들어 있는 선수다. 연습장에서 가장 늦게까지 남아 있는 선수 중 한 명이다. 샷을 보면 늘 우승할 것 같다. 그런데 올 시즌 아직 우승과 인연이 없다. US여자오픈에서도 우승 다툼을 하다가 공동 3위에 올라 메달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다.
이번 메달은 사실 뚜껑을 열어봐야 한다. 골프 특성상 경기 당일 컨디션과 멘탈이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지카바이러스 공포를 어떻게 극복하느냐도 중요한 요인 중 하나다. 사실 정상급 선수들은 기량차이가 거의 없다. 누구나 ‘그분’이 오신 날은 ‘신들린 듯’ 잘 치기 때문이다. 4일간 레이스를 펼치고 마지막 날 18번 홀에서 퍼팅을 끝내봐야 승자를 알 수 있다.
코스상태나 날씨 등 골프장의 환경도 성적에 큰 변수로 작용한다. 올림픽 코스는 바다를 끼고 있는 링크스 코스여서 강한 바닷바람이 선수들을 괴롭힐 것으로 보인다. 또한 대형 워터 해저드와 페어웨이와 그린 주변에 복병처럼 숨어 있는 벙커들도 선수들의 기량을 테스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