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를 한시적으로 완화하기로 하고 나서 맞은 첫 연휴 기간에도 불볕더위가 이어졌지만 ‘전력대란’은 없었다. 누진제 완화로 전력수급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는 정부의 우려가 무색해진 셈이다.
16일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광복절이 낀 지난 사흘간의 연휴기간 중 최대전력 수요를 보면 연휴 첫날인 13일 오후 3시 7443만kW로 전날(오후 5시 기준)보다 1075만kW가량 줄었다. 예비전력도 887만kW(예비율 11.9%)로 원활한 수급 흐름을 나타냈다.
이어 14일 오후 9시에는 전날보다 644kW 줄어든 6799만kW를 기록, 예비력 1255만kW(18.5%)을 유지했다. 연휴 마지막날인 15일 오후 9시에는 7300만kW(예비력 753kW, 예비율 10.3%)로 집계돼 다시 전력수요가 늘어나긴 했지만 일주일 전(8370kW)보다는 1000만kW 이상 감소했다.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공장이나 기업이 쉬는 휴일에는 최대전력 수요가 1000만kW 이상 줄어들긴 하지만 누진제 완화 발표 전인 전주 주말과 비교해도 최대전력 수요는 눈에 띄는 증가세를 나타내지 않았다. 지난 6∼7일 최대전력 수요는 각각 7160만kW와 6751만kW였다. 연휴가 끝난 이날 최대전력수요(오후 2~3시 기준)는 8380kW로 전날보다 다소 오를 것으로 예상되지만 예비율 8.6%로 ‘정상’ 범위에 머무를 전망이다.
이 때문에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를 전력수급과 연결 지은 정부의 논리가 과장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김진우 연세대 글로벌융합기술원 특임교수(전 에너지경제연구원장)는 “전력수요 피크 때는 당국이 일정한 수준의 예비력을 갖춰야 하지만 가정에서의 소비 증가로 예비력이 우려된다고 하는 것은 제일 작은 새끼손가락을 놓고 제일 길다고 하는 격”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전기요금 체계 개편 논의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전기료 제도 손질을 위해 조만간 출범할 당정 태스크포스에서는 주택용 누진제 개선이 우선 의제로 논의되고 산업용·농업용 요금 체계도 원점에서 재검토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누진제 단계 축소 폭을 놓고 여야 간 의견차가 큰 데다, 지난 2012년에도 누진제 완화를 추진했다가 부자감세 논란에 흐지부지된 적이 있어 TF를 꾸리더라도 연내 개편은 힘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