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 이미지 정치에는 긴 설명이 필요 없다. 그냥 느끼게 하면 그것이 전부이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이런 이미지 정치 때문에 알맹이도 없는 이들이 이미지만 가지고 설쳐댄다고 비판한다. 물론 그런 부작용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대로 설명이 필요 없는 정치는 그만큼 유권자들의 의식이 성숙돼 무언으로도 정치적 의도를 충분히 간파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그래서 이미지 정치를 부정적인 것으로만 치부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또 자연스럽게 그런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인데 우리만 이미지 정치가 나쁘다면서 이를 인위적으로 부정하며 거슬러서도 안 된다.
어쨌든 이미지가 이제 정치판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존재로 자리 잡은 것은 분명하다. 이런 차원에서 선거 캠페인도 복잡해서는 안 된다. 간단하게 그냥 ‘팍!’ 한 번에 느끼게 해주면 되는 것이다. 만일 어떤 정당이 캠페인에 대해 설명하려 한다면 이 정당의 선거 전략은 매우 잘못된 것이다. 지금 이런 말을 왜 꺼내느냐 하면, 더불어민주당 내의 강령 개정을 둘러싼 내홍 때문이다.
지금 더민주는 당의 강령 전문에서 ‘노동자’라는 단어를 삭제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민주 전당대회 준비위원회 산하 강령·정책분과위원회가 강령 전문의 ‘노동자와 시민의 권리 향상을 위한 노력을 존중한다’는 문구를 ‘시민의 권리’로 바꾸려고 한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 대해 더민주 차기 지도부 후보들이 “당 정체성 훼손”이라며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바로 이 부분에 대해 생각을 해봐야 한다. 더민주 당권 후보들은 양극화가 심화하는 마당에 노동자라는 단어를 없애면 어떻게 할 것이냐고 하지만 노동자라는 단어가 내포하고 있는 계급성을 간과해서도 안 된다. 이들은 이렇게 말할지 모른다. 요즘 노동자는 포괄적 개념이고 국민들 상당수는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노동자의 범주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이 단어는 결코 계급성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고.
하지만 이런 주장은 ‘설명’이다. 이렇게 ‘설명’을 해서는 국민들에게 다가갈 수 없다. 국민들은 탈이념화하고 있는데 계급성이 진한 단어를 가지고 국민들을 설득하려 한다면 최악의 정치 전략이라고밖에 할 수 없다. 지금 각 정당에서는 지지층의 외연 확장에 지대한 신경을 써야 하는데, 대선이 이제 일 년 조금 넘게 남아 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런데 굳이 설명이 필요한 계급성 있는 단어를 고집하려는 이유를 모르겠다.
시민이라는 단어는, 노동자보다 훨씬 더 가치중립적인 역사성을 배태하고 있기 때문에 의미가 포괄적이다. 그런데 이런 부분에 대해 그렇게 반발하는 것을 보면, 전당대회 이후에 더민주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다. 하지만 분명한 점은 더민주가 이념적으로 강경한 모습을 가질수록, 지금의 시대와는 맞지 않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간과하면 내년 대선에서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점은 확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