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형은행들이 팔 수 있는 국채 여분이 바닥나기 시작했다. 이에 일본은행(BOJ)의 채권 매입을 통한 부양책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 1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2013년 4월 BOJ가 디플레이션 타개책으로 대규모 자산매입 프로그램을 도입한 이후 6월말 현재 일본 유초은행을 비롯해 일본 3대 은행의 국채 보유량은 절반 가까이 줄어든 114조 엔(약 1265조4300억원)이었다. 일본 3대 은행인 미쓰비시UFJ파이낸셜그룹(MUFG)과 미쓰이스미토모파이낸셜그룹(SMFG), 미즈호파이낸셜그룹의 경우 매도 가능한 채권 보유량이 바닥에 이르렀다.
야지마 야스히데 NLI리서치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시중은행들이 팔 수 있는 채권량의 한계에 도달한 터라 BOJ가 사들일 국채가 바닥나고 있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이들 은행은 이미 상당 규모의 국채를 판 상태다. 문제는 해당 은행들이 일정 수준의 담보성 국채가 필요하기 때문에 팔 수 있는 여분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유초은행은 지난해 기업공개(IPO) 후 수익성 개선을 위해 포트폴리오 다양성 확보 과정에서 국채 보유 상당분을 매도했다. 6월말 기준 유초은행의 국채보유량은 2013년 이후 42% 줄어든 79조7000억엔 어치였다. MUFG와 SMFG, 미즈호 역시 손실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국채 보유분 상당분을 정리했다. 일본 최대 은행인 MUFG는 지난달 담보 요건을 충족하고자 국채를 15조 엔어치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6월 말 공개한 국채 보유액(26조8000억 엔)과 비교하면 한달새 11억 엔이 줄어든 것이다. 미즈호의 경우 현재 10조5000억 엔 어치의 국채를 보유하고 있으며 국채 보유량을 줄일 계획이 없음을 시사했다. 미즈호 대변인은 “국채 담보 요건과 다른 요소를 고려할 때 추가로 국채보유량을 줄이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채를 팔 시중은행을 찾는 일이 구로다 하루히코 BOJ 총재의 골칫거리로 떠오르게 됐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지적했다. 현재 BOJ는 전례 없는 대규모 채권 매입으로 이미 시중 국채의 3분의 1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문제는 국채 매입이 오히려 시장 유동성을 위축시키고 변동성만을 키웠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BOJ가 채권 매입 등 통화완화책을 시작한 2013년 4월 이후 일본 국채 거래량은 급감했다. 일본증권업협회에 따르면 신탁은행과 시중은행 보험회사 등 일본 금융기관의 국채 거래량은 지난 5월 기준 10조1000억 엔으로 2004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일각에서는 BOJ의 경기부양 수단이 한계에 이르렀다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내달 BOJ 위원들이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현재 통화완화정책을 재검토할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