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삼성생명 중심의 금융지주회사 설립을 가시화하면서 삼성전자의 지주사 전환 시점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삼성생명지주사(가칭)가 설립될 경우 금융지주회사법에 따라 삼성생명은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 일부를 처분해야 하기 때문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지주회사법에 따라 금융지주사는 순수지주회사만 가능하다. 이에 따라 삼성생명은 삼성생명지주사와 삼성생명사업사(가칭)로의 분할이 필요하다. 또 금융지주사의 자회사는 손자회사를 제외한 계열사 등의 최대 주주가 금지되기 때문에 삼성생명은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을 정리해야 한다. 현재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은 7.83%이며, 삼성전자의 2대 주주는 4.22%를 보유한 삼성물산이다.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삼성 계열사가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 일부를 사들여야 하는데, 여기에는 수조 원의 자금이 들어간다. 삼성전자의 지주사 전환 시나리오가 나오는 이유다. 삼성생명사업사가 삼성전자의 지분을 처분하지 않기 위해서는 삼성전자가 삼성전자지주사(가칭)와 삼성전자사업사(가칭)로의 분리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이럴 경우 삼성전자지주사가 삼성전자사업사의 최대주주가 돼 삼성생명사업사가 삼성전자 지분 일부를 매각하지 않아도 된다.
업계는 삼성전자와 삼성SDS 간 합병, 삼성전자지주사와 삼성물산 간 합병 등의 시나리오를 삼성 지배구조 개편의 종착점으로 보고 있다. 이를 통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안정적 지배구조를 완성한다는 관측이다. 삼성물산은 이 부회장(17.23%) 등 오너 일가 지분율이 31.11%에 달하는 사실상 지주회사고, 삼성SDS 역시 이 부회장(9.20%) 등 오너 일가 지분율이 17.0%에 이른다.
이 같은 시나리오를 위해서는 삼성SDS의 인적분할이 선결과제다. 인적분할은 삼성SDS를 물류부문(신설회사)과 IT서비스부문(존속회사)으로 나누는 것으로, 각 부문의 자산가치대로 분할비율이 결정된다. 각 부문의 주주구성은 인적분할 이전 삼성SDS 주주구성과 같고 주주 지분율도 그대로 유지된다. 업계는 삼성전자와 IT서비스부문 간 합병, 삼성물산과 물류부문 간 합병, 나아가 삼성전자지주사와 삼성물산의 합병을 점치고 있다.
특히 물류부문과 삼성물산 합병 시 ‘삼성물산→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지배구조에서 각 계열사에 대한 이 부회장의 지배력이 높아진다. 지주회사격인 삼성물산에 대한 이 부회장의 지분율 상승은 취약한 삼성전자 지배력 강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율은 4.22%이며,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분율은 0.59%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