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폭등으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인하 기조가 약화할지 시장이 주목하고 있다. 가계신용 증가폭만 놓고 보면 금리인하 기조 약화에 힘을 보탠다.
2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1257조3000억 원으로 전 분기 대비 33조6000억 원(2.7%), 전년 동기 대비 125조7000억 원(11.1%) 증가했다. 특히 이 중 지난해 같은 기간과 견줘 늘어난 규모는 관련 수치를 집계한 2002년 4분기 이후 역대 최대 규모다.
전년 동기 대비 기준 가계신용은 작년 3분기 108조4537억 원, 2015년 4분기 117조8400억 원, 올해 1분기 125조3490억 원 각각 늘었다. 한은의 금리 인하 기조가 경기는 살리지 못하고 가계부채 증가만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주열 총재의 고민도 깊어졌다. 한은은 지난 6월 기준금리를 연 1.50%에서 연 1.25%로 내렸다. 이 같은 상황에서 올해 3분기(7~9월) 가계부채 증가폭이 2분기보다 커진다면 한은의 통화정책 운신 보폭은 더욱 비좁아질 수밖에 없다.
향후 ‘부채 총재’란 비판을 받을 수 있는 것도 그에게는 부담이다. 가계부채가 늘수록 격화되는 한은과 금융당국의 핑퐁 싸움은 현재의 분위기를 일정 부문 보여주는 단상이다. 국내 잠재성장률 저하의 경향으로 가계 소득이 늘지 않는 가운데 부채 폭탄이 터진다면 그 누구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익명을 요구한 민간연구기관 관계자는 “금리 인하로 인한 성장 동력이 약해졌다면 정책 실행과 책임 인정에 소극적인 한은이 기준금리 동결 기조를 장기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기준금리 인하 기조가 유지될 것이란 전망도 만만치 않다.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이하 추경) 편성 무산 가능성은 경기 전망에는 하방리스크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금리 인상 지연 가능성도 제기된다.
공동락 코리아에셋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가계부채 증가는 기준금리 인하 영향도 있지만 이는 통화정책보다는 정부의 여신심사 강화 등 미시적인 대책이 더 효과적일 것”이라며 “연내 한은의 기준금리 추가 인하 전망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