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은 내수시장을 가진 대한민국에서 카피캣(Copy cat), 미투상품 등으로 대표되는 경쟁제품 베끼기는 너무나도 흔하게 발생한다. 식품, 제약부터 모바일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모든 기업은 시장에 새롭게 출시되는 상품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제 살이 아닌 남의 살을 깎아먹기 위해 경쟁사와 유사한 제품을 만들어내곤 한다. 시장은 결코 선하게 돌아가지 않는다.
이는 대기업 뿐 아니라 스타트업의 영역에서도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는 일이다. 지난해 내비게이션 애플리케이션 티맵의 제작사인 SK플래닛은 유사한 애플리케이션인 김기사의 제작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김기사가 자신들의 전자지도를 사용계약 만료 후에도 계속하여 사용했다는 이유에서인데, SK플래닛이 지도의 무단 사용을 탐지하기 위해 심어놓은 지명 등의 오류인 디지털 워터마크가 공개되어 여론이 티맵쪽으로 급속히 쏠린 바 있다. 이 사건의 진위가 무엇인지와 무관하게 대기업조차 경쟁사의 아이디어를 비롯한 베끼기에 피해를 입을 수 있음은 자명하다. (물론 김기사의 제작사는 다음 카카오에 인수되었다.)
창의적인 아이디어의 실현을 원하는 스타트업 창업자는 영업비밀, 지적재산권의 방어에 기업의 성패가 달려있음을 명심하여야 한다. 심포지엄이나 칼럼 기고와 같이 공개적인 방법을 통한 아이디어의 유출은 창업자의 의지로 막을 수 있지만 직원을 통한 영업비밀의 유출, 외부 투자자 혹은 타 기업과의 협력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상대방이 알게 된 아이디어의 무단 사용 등은 창업자의 노력만으로 방지할 수 없고, 범죄에 해당하지 않을 수도 있으며, 손해배상을 받을 방법이 요원한 경우가 많다.
따라서 창업자는 스타트업의 초기 단계에서부터 자신의 아이디어, 영업비밀, 지적재산권의 방어 방법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우선 자신이 가진 기술이나 아이디어를 특허권, 상표권, 실용신안권 등으로 공개하여 보호받을 것인지 아니면 서비스나 제품의 출시 전·후를 통틀어 영업비밀로 보호할 것인지의 결정이 필요하다. 특허권 등은 각 법률에 규정된 등록의 요건이 만족되는 경우에만 보호받을 수 있으므로 법률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등록 가능성과 등록까지의 시간 및 비용을 고려하여 등록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만약 자신의 아이디어를 공개하지 않기로 하는 경우, 내부 직원에서 외부 투자자 및 협력업체에 이르기까지 유출 가능성을 차단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 활용될 수 있는 것은 영업비밀 유지 계약서나 기밀유지협약(non-disclosure agreement, NDA)이다. 많은 기업에서 내부 직원과 비밀유지계약을 체결하고 있으나, 외부적으로 자금이나 인지도 문제로 ‘을’의 입장에 처한 스타트업은 투자자나 협업 대상 대기업에게 NDA 체결을 요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NDA의 체결은 스타트업의 존망을 좌우할 수 있는 핵심적인 요소이다. NDA의 체결 상대방인 대기업이 합작사업이나 M&A를 시도하며 아무런 보호 장치 없이 자신들의 영업 비밀을 타사에게 공개하는 경우는 없다. 스타트업 역시 NDA의 체결을 당당히 요구하여야, 이를 거절하는 투자자나 기업이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도태될 수 있다.
최근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 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입법예고 되어 영업비밀의 개념이 넓어지고, 낮은 수준의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도 도입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일부 스타트업은 항공사나 해운사와 유사한 협의체, 즉 얼라이언스를 결성하여 자신들의 지위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민관의 노력은 영업비밀이나 아이디어의 무단 도용에 대한 관대함을 바꾸기 위한 제도적, 환경적 장치를 만들기 위함이다. 스타트업의 창업자 역시 보다 적극적인 방법으로 아이디어를 지켜야 한다. 카피캣의 천국을 무덤으로 바꾸는 패러다임의 전환은 창업자의 노력에서부터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