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클린턴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의 첫 TV 토론은 클린턴의 압도적 승리로 막을 내렸다. 미국 CNN방송은 실시간 여론조사에서 클린턴이 잘했다는 응답률이 62%로, 트럼프가 잘했다는 응답률 27%보다 높았다고 전했다.
이에 ‘트럼프 리스크’가 수그러들었다는 안도감이 퍼지면서 금융시장도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27일(현지시간) 아시아 주요 증시는 대부분 오름세로 마감했고, 같은 날 미국 증시의 3대 지수도 일제히 상승세로 거래를 마쳤다.
그러나 클린턴이 승기를 잡았다고 해서 안심할 일은 아니라는 우려가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두 후보 모두 보호무역 강화를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어 반(反)세계화 노선을 걸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트럼프는 한국, 일본 등 동맹국과의 관계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지론을 펼치는 한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대해선 트럼프는 물론 클린턴도 반대하는 입장이다. 심지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의 일부 재협상도 주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클린턴 어느 쪽이 승리하든 미국이 보호주의를 강화할 것이고, 이것이 세계화의 후퇴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26일 열린 대선 후보의 첫 TV 토론 주제는 미국이 나아가야 할 길과 번영, 안보 등 3가지였다. 트럼프는 ‘아메리카 퍼스트’라는 미국 제일주의를 내세운 슬로건과 막말에 힘입어 공화당 대선 경선에서 승리했다. 하지만 이날은 그동안 보여줬던 막말 파행은 자제했지만 90분 내내 이따금씩 실언을 내뱉어 점수를 깎아먹었다. 그는 외교·안보에서는 “(일본이) 지불해야 할 대가를 지불하지 않는다”며 주둔 미군 비용의 부담 증가를 요구, 화살을 독일과 한국, 사우디아라비아로도 돌렸다. 통상에서도 그는 “멕시코와 중국 등 다른 나라의 이익 추구 때문에 고용을 잃고 있다”고 단언했다. 이에 대해 클린턴은 “(트럼프는) 경선에서 전 세계의 지도자를 불안하게 만들었다”고 말하면서 “한·일과의 방위 조약을 존중한다”며 역대 정권의 외교·안보 정책을 지속할 뜻을 강조했다.
그러나 두 사람은 ‘반TPP’에는 한목소리를 냈다. 자유무역이 미국의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는 점에선 서로 이견이 없었던 것이다.
이에 대해 일각에선 세계화를 견인해온 강대국의 지도자들이 자국 보호주의 의지를 선명하게 드러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TPP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외교의 축을 아시아·태평양 지역으로 옮기는 재균형 정책의 핵심으로, 중국의 무리한 해양 진출을 억제하기 위한 일종의 안전장치이기도 했다.
또한 트럼프는 중국이나 멕시코의 고용 유출을 우려해 NAFTA 등 고용 도용 같은 무역협정 재협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다만 클린턴은 “미국은 세계 인구의 5%를 차지하지만, 나머지 95%는 무역을 통해 해결할 필요가 있다”며 독점적인 보호무역주의와는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