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들이 소멸시효가 완성된 '자살 보험금'을 지급할 필요가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보험사들이 자살보험금 지급을 거부했더라도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할 수 있다고 본 첫 대법원 판단으로, 보험사들은 수천억 원대의 보험금 지급을 면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3부(주심 박병대 대법관)는 30일 교보생명보험이 자살 사망자 서모 씨의 유족 한모 씨를 상대로 낸 채무부존재 확인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 사건은 자살사고가 발생한 2006년 7월 4일로부터 8년이 지난 2014년에서야 한 씨가 자살보험금을 청구한 것을 소멸시효가 지난 것으로 봐야 하는 지가 쟁점이었다. 민법상 일반 채권은 10년, 보험금 청구권은 2년 동안 행사하지 않으면 소멸한다. 한 씨는 사고 발생 직후 보험금만을 청구하고, 특약에 따른 재해사망보험금 1000만 원은 따로 청구하지 않았다. 교보생명 역시 일반 사망 보험금 5000만 원 만을 지급했다.
한 씨는 소멸시효가 2년이 아닌 10년이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보생명이 특약에 따른 보험금을 지급해야 하는데도 자신을 속여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따라서 한 씨가 추가로 요구한 돈은 보험금이 아니라 교보생명이 취한 부당이득금이어서 10년 내에 행사하면 된다는 주장이었다. 반면 교보생명은 보험금 소멸시효 2년이 지났다고 주장하며 한 씨를 상대로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확인해달라'는 소송을 냈다.
1,2심 재판부는 교보생명의 손을 들어줬다. 교보생명이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더라도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할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대법원도 "교보생명이 재해사망보험금 지급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지급을 거절했다는 사정만으로는 소멸시효를 주장하는 게 권리 남용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같은 판단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