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2월 ‘사이언스’에 황우석 박사의 논문이 게재됐다. 세계 최초로 인간 체세포핵이식 줄기세포 추출에 성공했음을 주장했고, 우리 국민들은 황 박사 연구팀에 대해 아낌없는 신임을 보냈다. 그 당시 주식시장에 불었던 황 박사 신드롬은 대단했다. 바이오에 ‘바’자만 붙어 있어도 가격제한폭까지 급등하는 등 바이오주에 대한 맹목적인 추종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논문이 거짓으로 판명나면서 그에 따른 후폭풍도 만만치 않았다. 줄곧 상승세를 보이던 바이오주들의 주가가 추풍낙엽처럼 떨어졌다. 정부의 제약·바이오에 대한 지원도 막히면서 관련 산업은 몇 십년 뒤로 후퇴할 수밖에 없었다. 이후에도 일부 바이오업체들이 각종 사고를 일으키면서 주식시장에서 퇴출되자 자연스럽게 바이오 신드롬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국내 제약·바이오 업체들의 연구는 지속됐다. 그 결과 바이오 벤처기업이었던 셀트리온이 개발한 항체 바이오 시밀러 ‘램시마’가 미국 식품의약국(FDA) 판매 승인을 획득하면서 국내 제약사에 한 획을 그었다. 또 일양약품의 250억 원 기술수출에 이어 바이오 줄기세포 업체 안트로젠이 900억 원 상당의 기술수출 등의 소식을 전하면서 국내 바이오 산업 부흥을 알려왔다.
이처럼 제약·바이오 산업이 다시 부흥기로 접어들 무렵 이번 한미약품 사태가 또다시 업계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번지고 있어 안타까운 상황이다. 한미약품 사태가 터진 지난달 30일 하루에만 제약·바이오 업종의 시가총액이 무려 5조 원이나 증발했다. 잘나가던 제약주들도 덩달아 불신이 싹트면서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는 모양새다. 증권가 일각에서는 한미약품 사태로 그동안 쌓여 있던 제약·바이오주들의 거품이 꺼질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이번 한미약품 사태로 또다시 관련 산업이 후퇴해서는 안 된다. 제약·바이오는 누가 뭐라 해도 우리나라가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신수종 사업이다. 올 상반기에만 국내 제약·바이오 업체들이 임상 3상에 대해 식약처 승인을 받은 건수만 해도 87건에 달한다. 앞으로 1~2년 후 신약들이 쏟아질 거란 이야기다. 이 신약들은 비단 국내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메가톤급 신약으로 성장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 산업을 이끌고 있는 반도체 대신 제약·바이오가 중추적인 산업군으로 성장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다만 업체들도 다시 한 번 현재의 상황을 짚어봐야 할 것이다. 한번 잃어버린 신뢰를 다시 복구하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한미약품 사태를 계기로 큰 교훈이 됐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