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심사관 전결처리 사건의 투명성 제고 차원에서 도입한 ‘민간심사자문위원회’가 사실상 유명무실한 기구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기구 설치 후 공정위의 심사관 전결 처리 사건 중 민심위 심사 건수가 겨우 0.05%에 불과하다는 지적에서다.
18일 국회 정무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제윤경 의원실이 공정위로부터 제출받은 ‘공정위 민심위 처리 현황'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공정위가 심사관 전결 처리된 전체 9554건에서 민심위가 다룬 심사 건수는 2014년 3건, 2015년 2건 등 총 5건에 불과했다. 올해 들어서는 1건도 처리되지 않았다.
그러나 민심위는 심사할 사건을 직접 선택할 권한이 없고 심사관이 민심위에 올릴 안건만을 심사하는 한계점을 안고 있다. 또한 심사요청은 의무가 아닌 권고사항인 것도 맹점이다. 사회적으로 논란이 예상되거나 대기업 관련 사건이 심사관 차원에서 종결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민심위 결정을 통해 사건 심사가 재개돼도 최종 결론에 대해서는 아무런 법적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민심위의 심사 건수는 기구 설치 3년째로 접어 들었지만,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민심위는 기구 설치 첫해부터 정치권으로부터 저조한 실적처리로 강한 질타를 받았다. 이에 2015년 1월 공정위는 즉각 해명자료를 내고 “민심위가 시행초기단계에 있으므로 개선 여부를 검토 할 것”이라며 개선의지를 내비쳤다. 그러나 2015년도 심사건수는 전년보다 1건이 줄어 2건으로 감소했고, 올해 들어서는 단 1건도 심사하지 않은 상태이다.
공정위의 잦은 운영지침 개정도 민심위의 역할을 축소시키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대표적으로 2014년 설립 당시 ‘공정거래 민간심사위원회’라는 명칭을 단계적으로 고쳐 ‘재신고사건 민간심사자문위원회’로 바꿨다. 민심위의 역할을 ‘재신고사건의 심사 착수여부 적정성에 대한 판단’으로 범위를 좁히고 ‘심사’가 아닌 ‘자문’하는 조직으로 만든 것이다.
제윤경 의원은 “사건처리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 공정위 조사 능력과 내부 통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민심위가 효과적인 내부 통제기구가 될 수 있도록 심사자문 대상을 넓히고 심사자문 의견의 효력 등 권한을 강화하는 활용방안을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