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측 이래 최대 규모의 지진을 맞이함에 따라, 일각에서는 정부의 재난 대처 준비가 미흡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재난 주관 부처인 국민안전처의 경우, 경주의 지진 정보를 한 발 늦게 전파해 ‘늑장 대처’라는 비난을 샀다. 세월호의 교훈은 온데간데없고, 여전히 불시에 찾아온 재난에 허둥대는 모습이라는 지적이다.
그동안 범정부 차원의 지진 예방 대책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는 1988년 ‘6층 이상 또는 연면적 10만㎡ 이상’ 건축물을 대상으로 내진설계 적용 기준을 처음으로 도입한 바 있다.
문제는 이 기준이 적용되기 전에 준공된 건물이다. 1988년 이전에 세워진 건축물의 경우, 당시 내진 기준이 따로 없었기 때문에 아직까지도 지진 대비가 마련되지 않은 상태로 방치된 건물이 많다.
현행 법령을 적용하면 지진 안전 기준에 미달하는 건물은 훨씬 더 늘어난다. 1998년 이후 내진설계 적용 대상도 2005년 3층 이상, 1000㎡ 이상, 2015년 3층 이상, 500㎡ 이상으로 점차 확대되어 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필자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를 앞두고 국내 공항 시설물의 내진설계 적용 현황을 조사해본 결과, 전국 14개 공항 시설물 117곳 중 46곳(39.3%)은 내진설계 및 내진보강이 반영되지 않아 지진에 취약한 상태인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김포공항과 제주공항의 경우, 늘 여행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는 공항임에도 정작 내진설계율은 각각 50%, 46%에 그쳤다.
추가적으로 조사한 철도 역사의 내진 반영 실태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코레일이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코레일 관리 역사 152곳 중 50곳(32.9%)은 내진설계가 반영되지 않은 상태였다.
더 심각한 사실은 2013년 이후 지난해까지 공항과 철도 역사 내진설계에 필요한 예산이 한 푼도 배정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발생 시기와 장소를 예측할 수 없는 것이 지진의 특성임에도 매년 예산 타령만 하면서 대형 재난의 불씨를 남겨뒀던 셈이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이번 경주 지진을 계기로 정부로부터 지진 방재 대책을 강화하겠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정부는 내년 내진보강 예산을 당초 안보다 늘리고 내진설계 기준을 상향할 예정이며, 경주 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한다. 만시지탄(晩時之歎)의 감은 있지만 이제라도 모든 공공 건축물에 대한 내진평가를 실시하고, 내진 보강에 필요한 예산을 우선적으로 배정하는 등 지진 방재 대책에 만전을 기했으면 한다. 한반도는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