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에 대한 전기자동차 충전기 구축 지원 예산을 놓고 국회와 정부가 뚜렷한 시각차를 드러내고 있다. 국회는 자영업자가 전기자동차 충전기를 설치하면 최대 2000만 원까지 지원해주는 정부 사업이 시장의 공정한 경쟁을 해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전기차 수요가 불투명하다며 예산 조정도 요구했다. 여기에 정부는 향후 민간 전기차 수요를 충족시키고 에너지 신산업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기 위해선 40억 원의 예산 편성은 문제가 없다고 맞서고 있다.
20일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내년 전기차 충전서비스 산업 육성을 위해 내년도 전력기금 예산에서 40억 원을 신규 사업으로 편성했다. 이를 통해 편의점, 주유소, 숙박시설 등 주차 공간을 갖춘 개인 영업장이 충전기를 설치하면 비용의 50%(최대 2000만 원)의 정부 지원금을 받을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이 같은 정부의 보조금 지원정책은 민간의 자율적인 전기차 충전기 시장 형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것이 예정처의 지적이다. 환경부가 이미 공공시설이나 고속도로 등을 중심으로 전기차 공공 급속충전기를 보급하고 있는 데다, 올해 4월부터 전기차 충전 유로화로 한국전기차충전서비스·포스코ICT 등 민간사업자들이 국가 지원 없이 충전기 설치사업에 나서고 있다는 점이 그 근거다. 예정처는 “정부 지원을 받은 대규모 민간 전기차 충전서비스 사업자가 수익성이 좋은 개인사업자의 주차 부지를 임대해 급속 충전기를 설치할 우려가 있다”면서 “설치비 지원 대상을 면밀히 검토해 선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내년 한 해 시범적으로 충전기 보조금이 지급되는 만큼 이후 정부보조를 받지 못한 민간 충전사업자들은 가격경쟁력이 떨어져 역차별을 받는 부작용도 낳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전기차 업체의 리더 미국 테슬라가 곧 국내에 상륙할 것으로 예고되면서 민간 충전시장도 성장할 전망이다. 다만 예정처는 저유가 추세와 전기차 주행거리 등 기술적 한계로 올해 보급 계획(1만 대) 대비 보급 실적이 2200대에 불과,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 장담할 수 없어 예산 규모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정부는 아직 민간에 대한 전기차 충전기 보급이 걸음마 수준이라는 점에서 에너지 신산업 확산 차원에서 40억 원의 예산 편성은 과다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현재 전국 주유소 등에 개인이 직접 설치한 충전기 수는 5기에 불과하다.
산업부 관계자는 “산업부 사업은 개인 영업장을 대상으로 하며 환경부는 공공 부문에 국한해 지원하고 있어 분명히 차별화된다”면서 “전기차 충전기를 설치해 원금을 회수하는 데만 3~4년이 걸린다는 점에서 보급 속도가 빠르지 않다 해서 지원을 줄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