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손해보험이 올해 상반기 역대 최고 실적을 올렸지만, 기관투자자에게는 철저하게 외면받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KB손보에 대한 기관의 주식 매도세는 역대 최고 수준에 달한다. 국내 기관투자자들은 지난 7월 28일부터 10월 20일까지 근 석 달간 나흘을 제외하고 모두 매도에 나섰다.
이 때문에 주가는 3만5000원대에서 2만6000원대로 급락했다.
KB금융지주와의 주식교환 가능성이 높아지자 이에 불만을 가진 기관투자자들이 집단행동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분석까지 나온다.
21일 KB손보는 올해 상반기 당기 순익이 1753억 원으로, 작년 동기(931억 원)보다 88.3%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올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익도 2386억1200만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64억4200만 원)보다 74.9% 늘어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실적 개선의 발목을 잡았던 미국지점 일반보험 부실을 털어냈고, 주력인 자동차보험에서도 손해율 개선이 계속되고 있어 장기 전망도 밝다.
하지만 이런 최고의 실적과는 반대로, 기관들은 매도행렬을 이어가고 있다.
우선 KB금융지주 리스크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KB금융지주는 KB손보 지분 33.29%를 보유하고 있다. 100% 완전 자회사로 편입하려면 주식을 67%가량 더 사야 한다. 일반적으로는 지분 매입은 공개매수가 사용된다. 하지만 공개 매수는 자금 부담이 크기 때문에 주식교환 방식도 흔히 등장한다.
KB손보 주식을 KB지주 주식으로 바꿔주는 것이다.
이에 앞서 KB지주는 현대증권을 완전 자회사로 편입하면서 주식교환 방식을 선택했다. KB금융과 현대증권 간 주식교환 비율(1대0.1907312)에 따라 현대증권 주식 5주는 KB금융 주식 1주로 전환됐다.
이때도 불만은 터져나왔다.
현대증권 소액주주 일부는 “현대증권 주식이 저평가된 상태로 주식교환 비율을 산출해 소액주주에게 손실을 입혔다”고 반발했다.
같은 방식이라면 KB지주는 KB손보를 주식교환 방식으로 완전 자회사로 편입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KB지주 주가는 오를수록, KB손보 주가는 떨어질수록, KB지주에 유리하게 된다. 때문에 기관 입장에선 현 시점에서 KB손보 주식을 보유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한 펀드매니저는 “KB손보의 좋은 실적에 외국인 투자자들은 대거 매수에 나서고 있지만, 주식교환 가능성에 실망한 국내 기관들이 몇 달 사이 대량 매도에 나서는 바람에 주가가 맥없이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KB손보 실적은 좋지만, KB지주의 행보에 실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기관의 주식담당 책임자는 “KB자산운용이 KB손보 지분을 파는지를 지켜보고 있다”며 “만약 KB자산운용이 KB손보 주식을 판다면 그것은 주식교환을 앞두고 KB지주에 유리하게 KB손보 주가를 떨어뜨리려는 조작 행위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KB자산운용은 KB손보 지분 7.99%를 보유하고 있다.
한편, KB금융지주 측은 “KB손보 지분 인수 계획은 있지만, 구체적인 시점과 방식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