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이 혼돈에 휩싸였다. 14일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의 부동산시장 과열에 대한 규제 발언 이후 시장은 열흘간 불확실성만 높아진 채 안정을 찾지 못하고 있다.
23일 국토부는 해명자료를 통해 부동산 시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단계적·선별적인 안정책을 강구할 계획이라며, 대책 발표 여부나 시기에 대해서는 정해진 게 없다고 밝혔다. 관리지역이나 투기 우려 지역 등 새로운 형태의 규제 역시 검토된 바 없다고 못 박았다. 국토부의 해명은 강 장관 발언 이후 6번이나 이어졌다. 강남 등 특정지역을 타깃으로 한 정부의 규제책이 조만간 발표될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르면서 나온 해명이었다.
시장에서는 정부의 강남 맞춤형 규제가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강 장관이 부동산시장 과열에 대해 규제를 적극적으로 검토한다며 ‘맞춤형 처방’을 언급한 탓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서울 강남3구(강남ㆍ서초ㆍ송파)에서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을 기존 6개월에서 1년으로 연장하고, 1순위 청약자격을 강화하는 등의 규제를 내놓을 것으로 보고 있다. 투기과열지구보다 한 단계 낮춘 새로운 형태의 규제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 같은 규제론 확산에 서울 재건축 아파트값 상승폭은 0.10%로 둔화됐다. 서초구와 강남구가 각각 0.05%, 0.02% 오르는 데 그쳤고, 송파구는 0.17% 빠졌다. 반면 지난주 분양시장에서는 수도권 견본주택 한 곳에 7만 명의 인파가 몰리고, 서울 강북권 한 청약 단지에서는 강북 최고 경쟁률까지 나왔다.
분양업계 한 관계자는 “규제라는 시그널을 줬지만 그 이후 검토 중이라는 말이 반복되면서 불확실성을 높인 면이 없지 않다”며 “부동산 시장은 심리적인 면이 크게 작용하기 때문에 정책적으로 정확한 시그널을 주는 게 좋다”고 언급했다.
전망도 갈수록 엇갈린다. 강북이나 수도권 분양시장이 이미 달아올라 강남이 얼어붙을 경우 본격적으로 풍선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데 이어, 일각에서는 타깃 정책이 결국 시장 전체를 위축시킬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현재 부동산시장 열기를 이끈 게 강남 재건축시장이었던 만큼 이 시장이 타격을 받으면 전체 시장의 침체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정부가 이번 ‘혼란’을 단순히 구두 개입 정도로 끝낼 수 있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경제 전반에 불확실성이 강하게 깔린 상황에서 정부가 강남 시장을 잡기 위한 정책을 내놓는 것이 쉽진 않을 것”이라며 “단기적 규제 수단도 마땅치 않은 데다 규제카드가 시장 전체를 꺼지게 할 수 있어 조심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