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oS] ‘캐시카우 상실의 시대’..제약사들, 올해 내실 없는 성장세

입력 2016-10-31 08:34 수정 2016-10-31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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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상위제약사들, 외형 확대ㆍ영업익 하락..자체개발약의 부진으로 수익성 악화

주요 상위제약사들이 올해 외형 확대를 이루면서도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하락하는 엇박자를 내고 있다. 4년 전 일괄 약가인하 여파로 집단 부진을 보였던 상황이 반복되는 분위기다. 자체개발 의약품들이 부진을 보이며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 안정적 수익원(캐시카우) 발굴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3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유한양행, 녹십자, 한미약품 등 3분기 실적을 공개한 상위제약사 7곳의 올해 누적 매출액은 4조2656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7.3% 늘었다. 반면 이들 제약사의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2651억원으로 지난해보다 16.9% 감소했다.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은 8.0%에서 6.2%로 큰 폭으로 하락했다.

▲주요 상위제약사 3분기 실적 현황(단위: 억원, %, 자료: 금융감독원)
▲주요 상위제약사 3분기 실적 현황(단위: 억원, %, 자료: 금융감독원)

유한양행은 매출액이 전년대비 17.6%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3.6% 감소했다. 녹십자는 매출액이 11.7% 성장을 보인 반면 영업이익은 23.7% 줄었다. 대웅제약과 동아에스티는 올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지난해보다 절반에도 못 미쳤다.

다른 제약사들이 아직 3분기 실적을 공개하지 않아 전체 흐름을 파악하기는 무리가 있지만 이들 업체들의 실적만 보면 전반적으로 외형 확대에도 불구하고 수익성이 크게 위축되는 모습이다.

지난 2012년 정부의 일괄 약가인하 이후 제약사들의 집단 수익성 악화가 4년 만에 반복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와 관련 보건복지부는 건강보험 재정 절감을 목적으로 지난 2012년 건강보험 적용을 받는 의약품의 보험상한가를 평균 14% 인하했고, 당시 제약사들의 실적은 곤두박질쳤다.

제약사들의 실적을 들여다보면 기존에 캐시카우 역할을 담당했던 자체개발 의약품들이 전반적으로 부진을 보였다. R&D비용이 지속적으로 증가한 영향도 있지만 수익성이 높은 자체개발 의약품 매출은 저조한 반면 원가비중이 높은 도입신약 비중이 증가하면서 매출액은 증가하지만 영업이익이 감소하는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유한양행의 경우 처방의약품 상위 5개 제품 중 1, 2, 3, 5위를 도입신약이 차지했다. B형간염약 ‘비리어드’(1031억원), 당뇨약 ‘트라젠타’(730억원), 고혈압약 ‘트윈스타’(632억원), 에이즈치료제 ‘스티리빌드’(194억원) 등 4개 제품이 2587억원을 합작했다. 전년동기대비 18.1% 증가하며 회사 성장세를 견인했다.

자체 개발 의약품 중에는 고지혈증약 제네릭 ‘아토르바’가 239억원의 매출로 지난해보다 12.9% 성장했지만 회사 전체 규모에서는 존재감이 미약한 수준이다. 유한양행의 일반의약품 중에는 소염진통제 ‘안티푸라민’ 1개 품목만이 올해 3분기까지 1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을 뿐이다.

녹십자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녹십자는 주력사업인 혈액제제와 백신의 성장세가 주춤하는 분위기다. 시장 규모가 제한적인 상황에서 시장에 진입하는 업체가 증가하고 있어서다. 지난 3분기 녹십자는 처방의약품 시장에서 30%대 성장률을 기록했는데, 지난해부터 판매 중인 바라크루드의 B형간염치료제 ‘바라크루드’의 역할이 컸다. 의약품 조사업체 유비스트에 따르면 바라크루드는 올해 3분기까지 773억원의 원외 처방실적을 기록했다.

녹십자는 대상포진 백신 ‘조스타박스’, 자궁경부암 백신 ‘가다실’ 등 다국적제약사가 개발한 백신 제품도 판매 중인데 이들 제품이 외형 확대에 기여했지만 마진율은 자체 개발한 의약품에 비해 낮아 도입신약의 매출 비중이 증가할 수록 수익성은 악화하는 구조다. .

대웅제약과 동아에스티도 자체개발한 의약품의 부진으로 수익성이 크게 위축됐다.

대웅제약은 3분기 누적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전년동기대비 4.5%, 55.6% 감소했다. 올해 초 대웅제약이 다국적제약사로부터 수입해 판매했던 ‘글리아티린’, ‘자누비아’, ‘바이토린’ 등의 판권이 종근당으로 넘어간 여파가 컸다.

대웅제약은 아스트라제네카의 고지혈증치료제 ‘크레스토’와 LG생명과학의 당뇨치료제 ‘제미글로’의 판매를 시작했지만 아직 판권 상실로 인한 매출 공백을 메우기에는 역부족이다. 대웅제약이 자체개발한 제품 중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리는 위장약 ‘알비스’는 제네릭 제품들의 견제로 원외 처방실적이 13.9% 줄었다. 3분기 누계 대웅제약의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3.5%에 불과했다.

동아에스티도 좀처럼 전문의약품 시장에서 힘을 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올해 3분기 누계 동아에스티의 전문약 매출은 2458억원으로 전년동기 2470억원에서 소폭 뒷걸음쳤다.

일본 제약사 미쓰비시다나베제약로부터 국내 판권을 확보해 직접 생산해 판매하는 알레르기성 결막염치료제 ‘타리온’이 올해 3분기까지 177억원의 매출로 전년대비 21.2% 늘었다. 그러나 자체개발한 주력 제품 중 천연물신약 ‘모티리톤’이 6.2% 성장했을 뿐, 천연물신약 ‘스티렌’과 제네릭 ‘리피톤’·‘플라비톨’ 등은 10% 이상의 감소세를 기록했다.

이에 반해 한미약품, LG생명과학, 보령제약 등 영업이익이 상승한 업체들은 내수 시장에서 자체개발 의약품들이 선전했다는 공통점이 발견된다.

한미약품은 최근 발매한 복합신약 ‘로벨리토’와 ‘로수젯’이 100억원대 처방실적을 기록하며 새로운 캐시카우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LG생명과학과 보령제약은 각각 자체개발 신약 ‘제미글로’, ‘카나브’가 각각 매출 신기록을 갱신하며 회사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업체들의 경우 자체개발 제네릭 등의 영역에서 캐시카우를 마련해 신약 개발 재원으로 사용하는 전략을 공통적으로 구사했는데, 시장 과열로 부진이 깊어지면서 다국적제약사 신약 판매에 더 집중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면서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춘 제품의 개발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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