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생존 9부 능선을 넘은 대우조선해양이 또 다른 암초를 만났다. 채권단이 유동성 공급을 위한 전제 조건으로 노조에 고통 분담 확약서를 요구한 것. 하지만 노조는 “해법 없는 동의는 절대 불가하다”면서 거부해 대우조선 회생이 또다시 안갯속으로 접어들고 있다.
11일 관련업계 따르면, 대우조선 임직원은 채권단이 요구한 고통 분담 확약서를 받아내기 위해 옥포조선소에서 노조와 마라톤 회의를 벌였으나, 당초 예정된 데드라인인 10일까지 이를 받아내는데 실패했다. 이에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기한을 16일까지 연장했다.
앞서 채권단은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대우조선의 상장 폐지를 막기 위란 2조8000억 원의 출자전환 조건으로 노조의 자구계획 동참 확약서를 요구했다. 전일 이사회에서 결정된 10대 1 감자 역시 노조 동참이 전제 조건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경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노사의 단결된 노력과 고통 분담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대우조선 올해 말까지 300여 명이 정년퇴임으로 회사를 떠날 것으로 보고 있다. 연말 조직개편 과정에서는 부서장 사표 수리를 통해 100여 명을 추가로 내보낼 계획이다. 부서장급 임직원은 전원 회사에 사직서를 제출한 상태다.
하지만 노조의 입장은 강경하다. 이미 1400여 명이 희망퇴직으로 회사를 떠난 상황에서 추가 감축을 전제로 하는 확약서에는 사인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전일 발행한 투쟁속보에서 “희망퇴직, 잔업·특근 통제 등 끝없는 희생 압박 속에서 사측은 어떠한 해법도 제시하지 않고 또다시 동의서를 요구하고 있다”며 “구성원들에게 희망을 주기보다는 팔아먹기 좋은 회사를 만드는 것에 동참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노조가 끝까지 반대를 이어나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남은 닷새 동안 노조가 확약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자본확충 방안을 철회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기 때문이다. 이는 사실상 법정관리 수순을 뜻하는 만큼, 회사의 운명은 노조에 달린 셈이다.
대우조선 관계자는 “아직 시간이 있는 만큼 정 사장을 비롯한 임직원 모두가 최대한 노조를 설득할 계획”이라며 “마지막 생존 기회라는 점을 노조도 알고 있는 만큼, 대승적인 차원에서 수용해주리라 믿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