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의 눈부신 현대문명은 개인의 소유권과 창의성 그리고 선택의 자유를 인정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자유주의’라고 불리는 서양의 지적 전통이 있었기 때문에 오늘날의 현대 문명이 꽃을 피울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런 귀한 지적자산은 지금도 끊임없이 공격받고 있다. 중국의 유사 자본주의는 그들만의 독특함을 무기로 서양 문명을 대체할 만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많은 이들이 목소리를 높이기도 한다. 저자 래리 시덴톱은 한 시대의 지배적인 신념을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따라서 이 책은 서구 문명의 정체성의 핵심에 자리 잡고 있는 자유주의 전통의 뿌리와 전개 과정을 철저하게 파헤친다.
우리는 개인의 탄생이 고대 그리스와 로마시대에서 비롯되었으며, 이를 복원하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한 사건으로 르네상스를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다시 말하면 고대 그리스의 도시국가 아테네의 시민들이야말로 개인의 원형이며, 이를 다시 발견해낸 사람들을 르네상스인이라고 이해하고 있다. 저자는 이 같은 통념이 가진 문제점을 예리하게 지적한다. 저자의 주장에 의하면 고대 도시국가에서 시민은 개인이 아니라 가족의 일원일 뿐이었다. “우리 현대인은 고대를 자유롭고 세속적인 정신이 지배했던 시대라고 말한다. 하지만 고대의 가족은 구성원들을 터무니없을 만큼 강하게 억압했던 하나의 교회였다.”
르네상스는 무엇인가. 르네상스는 종교적 폭정에 종지부를 찍은 시대를 말하지만, 그들이 열광했던 고대의 개인은 진정한 의미의 개인이 아니었다. “이탈리아 인본주의자들을 흥분시킨 고대의 사고와 감정과 표현의 형식들은 완전히 다른 사회, 즉 영혼이 아닌 시민과 노예, 가족을 중요시하던 사회를 반영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차이를 인본주의자들은 무시했다.”
그러나 이 책의 핵심 주장 가운데 하나는 가족과 사회로부터 개인의 탄생을 가능하게 한 것은 기독교의 ‘영혼’ 개념이다. 신 앞에서 모두가 평등하다는 개념을 세속적으로 바꾸어 놓은 것이 바로 개인의 탄생이라는 것이다. 개인을 가족이나 집단으로부터 독립된 존재로 인정하는 것이 자유주의 전통인데, 여기에 기독교의 기여가 결정적이라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무엇보다도 기독교가 인간 정체성의 바탕을 바꿔 놓았다고 나는 생각한다.
인간들이 차지하는 사회적 역할과 별도로 인간들의 도덕적 평등을 강조함으로써, 기독교는 ‘게임의 이름’ 자체를 바꿔놓았다. 사회적 규칙들은 부차적인 것이 되었다.”
신약성서는 인간의 평등을 강조함으로써 자연적 불평등을 바탕으로 한 고대 세계와 뚜렷한 대비를 이룬다. 뜻하지 않은 결과이지만 ‘영혼’에 대한 기독교의 도덕적 신념은 서양과 현대를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다듬은 사회적 혁명의 원천이 된다. 개인과 개인주의 그리고 창의성과 현대문명의 발전사를 꿰뚫어볼 수 있는 뛰어난 인문학 저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