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 노조가 정찬우 거래소 이사장이 제안한 ‘성과연봉제’안을 거부하고 1차 임단협 결렬을 선언했다. 향후 노사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장기 파업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사측과 노조는 지난 18일 성과연봉제 도입을 비롯한 쟁점 사안을 논의하기 위해 ‘2016 임금단체협상’을 진행했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정 이사장이 직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성과연봉제 도입을 강행하려는 이유는 금융위원회를 의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거래소는 지난해 1월 공공기관에서 제외 됐지만 여전히 금융위가 공공기관에 준하는 관리감독을 이행하고 있어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앞서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난 6월2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열린 ‘금융공공기관 기관장 간담회’에서 “지난달 말 기준으로 9개 금융공공기관이 모두 성과연봉제를 도입하기로 했다”고 선언한 바있다. 임 위원장은 특히 거래소와 코스콤, 증권금융, 금융결제원 등 금융유관기관은 업무 특성상 성과연봉제 도입을 보다 진지한 태도로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거래소 노조는 성과연봉제 도입을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이유는 세 가지다. 우선 성과에 따른 지나친 연봉 차별화다. 성과연봉제 기본 방안에 따르면 성과연봉 비중은 총 연봉의 최대 30%로 고성과자와 저성과자의 성과급 차등폭은 2배에 달한다. 기본급에도 성과가 적용돼 1~3%의 차등을 둬야 한다. 결과적으로 기본연봉 차등지급과 성과연봉차 2배 등이 적용되면 저성과자와 고성과자간 전체 연봉차이는 수천만 원 이상이 될 것이란 관측이다.
또 두 번 이상 저성과자로 지목되면 일반해고가 가능해진다. 사실상 회사측에서는 ‘갱생의 기회를 줬다’는 이유로 해고가 좀 더 용이해지는 셈이다. 아울러 성과급에 따른 직원들의 과도한 경쟁으로 협업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게 노조 측 주장이다. 실제로 GE, MS 등 글로벌 기업들도 지나친 경쟁으로 인한 부작용으로 성과연봉제를 폐지한 지 오래다.
금융위가 올해 거래소의 총인건비(급여, 복리후생 포함) 인상률을 0.6%로 정한 것도 이번 임단협 결렬의 또 다른 이유다. 거래소 차장급 이하 직원들은 호봉제에 따라 매년 평균 1.3%의 임금인상률이 적용되고 있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이에 금융위는 성과연봉제를 도입할 경우 예비비에서 1%를 더 인상해주겠다고 제안했지만 이 역시 노조측은 반대하는 입장이다. 앞서 거래소 예산권은 지난해 공공기관에서 제외되면서 금융위로 넘어간 바 있다.
거래소 노조 측은 “우리는 정 이사장을 비롯한 사측에 불합리한 단협 내용을 좀 더 현실가능한 수준으로 조정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이견이 좁혀지지 않았다”며 “성과연봉제 역시 조직문화를 파괴하면서까지 연봉 조금 더 받겠다고 도입할 수는 없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노조 측은 이번 임단협 1차 결렬로 중앙노동위원회에 조정신청을 한 상태다. 중노위 최종 결과에 따라 추후 교섭을 진행할 지, 최종 결렬에 따른 파업 등 합법적인 쟁의권을 가동할 지를 결정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