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업계가 수년째 이어지고 있는 글로벌 경기 불황과 시장의 공급과잉 현상이 맞물리면서 각자도생을 통한 생존경쟁에 뛰어들었다. 조선산업 불황으로 과잉 공급상황이 심화되고 있는 후판시장은 과감한 인수ㆍ합병(M&A)과 설비감축에 집중하고,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는 판재류는 신규투자를 통한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에 주력할 방침이다.
국내 2~3위 철강 기업인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이 23일 기업활력제고특별법(일명 원샷법)에 따른 사업 재편 승인 기업으로 선정되면서, 구조조정과 사업 재편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중국발 공습에… M&A·투자로 산업지형 대변화 = 철강업계 구조조정의 시발점은 중국의 철강업 투자 확대에 따른 과잉 공급과 글로벌 경기침체로 인한 수요 감소라는 이중고에서 출발했다. 앞서 중국발(發) 공급과잉에 직면한 철강업계에서는 선제적 사업구조 개편 등 구조조정의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여기에 중국 정부의 선제적 구조조정 소식이 전해지면서 우리 정부 역시 생산설비 조정과 사업 재편 등을 통한 구조조정을 강력히 권고하고 나섰다. 중국은 올해 초 철강업 구조조정을 추진하면서 3년 내 1억톤을 감산하겠다고 선언하며, 바오산철강과 우한강철 합병을 승인했다. 이로 인해 공급과잉이 해소되면서 중국 내 철강사들이 철강값을 대거 인상했고 자연스레 올 3분기 흑자 전환하는 기업들이 늘었다.
우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구조정의 핵심은 인위적인 설비 및 생산량 감축과 빅딜 등 M&A를 통한 사업구조 재편이 핵심이다. 특히 후판과 강관 분야에서 구조조정 필요성이 강조되면서 이 분야 설비 감축ㆍ매각, 사업분할 등이 현실화되고 있다.
◇업계, “설비조정ㆍ감축 공감” vs “규모 경제 무시, 비현실적” = 지난 8월 세계 2위인 중국 허베이강철과 9위 서우두강철 간 합병 소식이 전해지면서 국내 철강업체의 구조조정 방향에 문제점이 제기됐다. 중국 정부가 잇따라 초대형 철강사 합병을 승인하면서 ‘규모의 경제’를 통한 글로벌 경쟁력을 더 키울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생산설비 감축에만 몰두하는 우리 정부의 구조조정이 향후 정부 철강사에게 유리하게 작용될 것이란 얘기다.
때문에 시장 일각에서는 자발적 사업 구조조정에 대해 정부와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철강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업체가 구조조정을 한다고 해도 결국 중국이 생산량을 늘리면 별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며 “향후 시장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속단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구조조정의 핵심이 후판공장 폐쇄로 이어지는 것을 놓고 “수 백억 원에서 수 천억 원을 들여 세운 후판 생산공장을 갑자기 폐쇄하라는 결론은 납득하기 힘들다”며 “생산설비를 줄이면 시장이 반전되는 상황이 닥쳤을 때 중국 업체만 돕는 일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