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강력한 보호무역을 표방하는 ‘트럼프 쇼크’가 전체 수출의 13%를 차지하는 대미 한국 수출기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보통신(IT), 자동차 등 업종 주가가 하락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9일, 전일 대비 3.22% 하락하는 등 5거래일 연속 약세를 보였다. 현대차도 지난 10일 전일비 3.73% 떨어졌다.
지난 21일 한반도 사드(고고도미사일) 배치 결정에 맞서 중국 정부가 한류 금지령을 하달했다는 소식도 악영향으로 작용했다. 오락, 문화업종은 3거래일 연속 급락하며 코스닥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에스엠은 4거래일 연속 떨어지며 23일 종가 2만5400원을 기록, 52주 신저가를 경신했다. 와이지엔터테인먼트도 21일 2만5800원으로 1년 내 신저가를 새로 썼다.
국내 증시도 가늠하기 힘들 정도로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지난 9일 트럼프 당선 소식에 장중 1931.07까지 곤두박질친 코스피지수는 하루 만에 2000선을 회복했다. 하지만 21일 1970선마저 붕괴되는 등 장이 롤러코스터를 탄 형국이다.
증권업계는 이른바 ‘트럼프 텐트럼(Trump tantrum)’ 현상이 국내 증시에 불확실성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리스크’가 다소 잠잠해진 23일에도 코스피지수는 1990을 돌파하지 못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일 대비 4.48포인트(0.23%) 오른 1987.95포인트에 마감했다.
코스닥지수 불안감은 더하다. 지난 21일 중국이 한류 전면 금지 조치에 들어갔다는 소식에 600선이 붕괴될 위기다. 23일 코스닥지수는 전날보다 10.45포인트(1.71%) 하락한 600.29로 마감하며 600선을 간신히 지켰다.
전문가들은 코스닥 시장에 대한 불안 요인으로 △외국인의 코스피 중심 매수세 △바이오 쏠림현상 △개인투자자 중심 시장 등을 꼽았다.
이재만 하나금융투자 수석연구위원은 “외국인들의 매수 형태는 인덱스화돼 있다. 개별종목 자체가 힘을 받기 어렵다 보니 코스닥 시장 악화 요인”이라며 “앞으로도 비슷한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600선을 위협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업종 특성상 코스닥에서 시가총액이 큰 분야는 제약·바이오주”라며 “특히 트럼프 당선 이후 오바마와 달리 약가격 경쟁 위주로 갈 가능성이 크다. 국내 기업이 글로벌 기업과의 가격 경쟁에서 승산이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상재 유진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코스닥 시장은 대부분 개인투자자에 의해 움직이는데 최근 개인투자자들의 자금이 빠져나가면서 더욱 불안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같은 대외 악재 속 돌파구는 ‘청개구리 투자법’에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강달러 현상 속에서 IT하드웨어, 통신, 음식료 업종 등 실적 전망 추이가 양호한 종목을 추천했다. IT 제품의 가격 호조세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도 기대감을 높이는 요인이다. 트럼프가 부동산 카지노 업계 출신인 만큼 관련 산업주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