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시범아파트가 신탁방식으로 재건축에 시동을 걸었지만, 우려할 점이 많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나온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여의도 시범아파트 정비사업추진위원회는 최근 주민총회를 열어 한국자산신탁(한자신)을 재건축사업 신탁사로 선정했다. 추진위는 내달 초까지 한자신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할 계획이다.
1790가구 규모의 시범아파트는 1971년 준공된 단지로 2000년대 후반 재건축추진위원회를 구성하며 재건축 초읽기에 들어갔지만, 부동산 경기침체 등으로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다 결국 신탁방식으로 재건축을 결정했다.
단지는 재건축 이후 2654가구로 탈바꿈한다. 조합원들과 업계는 신탁방식으로 재건축을 추진하는 만큼 사업기간이 예상보다 1~3년은 단축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의도 일대에서는 현재 공작아파트도 신탁사들의 사업제안서를 접수받고 있다. 시범아파트의 이번 신탁방식 추진으로 다른 단지도 같은 방식으로 재건축을 추진할 가능성이 커지는 분위기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신탁방식 재건축의 가장 큰 장점은 빠른 사업 추진”이라며 “최소 1년에서 3년 이상 단축할 수 있어 사업 추진이 더딘 재건축 단지들을 중심으로 신탁방식에 대한 관심이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재건축 추진 단지들이 신탁방식 재건축에 관심을 두는 데는 2018년부터 부활하는 ‘초과이익환수제’ 영향이 크다. 초과이익환수제는 조합이 재건축을 통해 얻은 이익이 1인당 평균 1억1000만 원을 초과하면 개발이익의 50%를 추가로 납부해야 하는 제도다. 부동산 투기 억제를 위해 2006년 도입됐지만, 부동산 시장을 위축시킨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2013년 유예됐고 2017년 말까지 한 차례 연장됐다.
문제는 초과이익환수제 유예기간 내 관리처분인가가 가능하냐는 것이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하려면 내년 말까지 관리처분 신청을 내야 하는데 기간 내에 모든 절차를 받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재건축을 반대하는 이들이 적지 않아 주민 75%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과정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신탁방식으로 사업을 하려면 소유자 75% 이상의 동의를 얻어내야 한다.
여의도 일대 A 공인중개소 측은 “신탁방식 재건축은 속도는 빨라질 수 있지만 지금까지 신탁사가 재건축을 시행한 선례가 없어 추진과정을 우선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대규모 단지인 데다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사업비도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온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