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한류 제재 루머의 발단이 되고 있는 중국의 광전총국(국가신문출판 및 라디오TV총국)에 대해 이해할 필요가 있다. 광전총국은 중국 공산당 중앙 선전부와 국무원의 지도를 받는 기관으로 중국 내 모든 TV, 라디오, 미디어, 영화 등에서 방영되는 콘텐츠를 관리·감독하는 기관이다. 또한 이 모든 콘텐츠를 직접 다 감독할 수 없기에 특정 플랫폼 사업자에게 ‘방송 허가권’을 부여하고 있다. 이런 허가권을 가진 집성 플랫폼 사업자만이 정상적으로 중국 내에서 미디어 콘텐츠 방송 사업을 할 수 있다.
광전총국은 한국의 사드 배치에 대한 항의성으로 한류 콘텐츠의 중국 내 유통, 한국 연예인의 방송 및 대형 공연 활동 금지 등에 대한 지침을 비공식적으로 광전계 기업(집성 플랫폼 사업자)에 하달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중국 정부 당국자가 공식 부인했지만 실질적으로 이미 송중기의 중국 핸드폰 광고가 취소되는 등 업계에서는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앞서 말한 것처럼 막대한 권한을 갖고 있는 광전총국의 눈치를 안 볼 수가 없는 광전계 기업들은 이런 지침을 따르는 시늉이라도 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1차 한류제재 때도 그랬듯 상장 엔터 기업들의 중국 제재에 따른 실적 악화는 거의 미미하다. 우선 국내 음반 기획사의 경우 중국향 매출 비중은 10~20% 수준으로 크지 않은 편이며, 국내 미디어 콘텐츠 기업들 역시 아직 중국 사업 의존도가 매우 낮다. 아직은 한국 엔터 사업자에게 중국 사업은 잘되면 ‘보너스’인 것이지 기업의 존폐를 위협할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문제는 2015년부터 2016년 상반기까지 국내의 연예기획사, 콘텐츠 기업들이 중국의 러브콜로 중국시장 진출을 가시화하는 시점에서 이런 사태가 벌어졌다는 점이다. 국내 엔터기업의 미래 성장동력을 억제한다는 점은 부정적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엔터 업종이 상대적으로 높은 밸류에이션을 받고 있었던 프리미엄이 사라지는 계기가 됐다.
옛말에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중국 사람이 번다는 말이 있듯이 한류 콘텐츠로 실질적으로 큰 이익을 보는 것은 중국 내 콘텐츠 유통업체들이다. 즉, 이런 제재가 지속된다면 국내 기업보다는 중국 내 한류 관련 업체들의 이익 모멘텀을 크게 꺾을 수 있다. 중국 정부의 한류 제재가 장기간 지속되기 어려운 이유다.
다만 이번 사드 사태에서 봤듯 중국의 제재 분위기는 여전히 잠재적 리스크 요인이다. 아직 실질적인 기업 실적 악화는 없지만 주식시장에서 엔터 산업에 대한 투자 심리는 크게 위축됐다. 이런 정치적 리스크가 근본적으로 해소되기 전까진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대해 보수적인 접근이 유효할 것으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