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시장을 대상으로 투자하는 펀드의 순자산액이 88조 원을 돌파하면서 지난 2007년 이후 9년 만에 최대치를 갱신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간 세계 경제의 각종 위기에 따른 여파로 급격하게 위축됐던 투자심리가 이제야 과거 수준으로 회복한 것이다.
2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해외투자펀드 순자산 총액은 지난 25일 기준으로 88조2463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07년 12월6일에 87조8027억 원을 기록한 이래 가장 큰 액수이다.
9년 전 정점을 찍었던 해외펀드는 세계 경제가 침체기로 들어서면서 한동안 부진을 면치 못했다. 2007년 당시 펀드는 재태크 수단으로서 각광을 받았다. 그 전까지 국내에 한정됐던 투자 지형도도 점차 세계시장으로 확장되면서 자산운용사들은 중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브라질 등 신흥국 분석 자료를 경쟁적으로 쏟아내기도 했다. 이 같은 분위기를 타고 해외펀드 열풍이 불면서 투자자금이 몰렸다.
하지만 2007년 말 정점을 찍은 해외 펀드는 2008년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직격탄을 맞았다. 해외펀드 순자산액은 불과 1년만인 2008년 12월5일 43조1231억 원으로 반토막 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중국의 긴축정책과 과열부담, 고유가 등의 문제도 투자심리를 더욱 위축시켰다.
이후 해외펀드는 2009년 5월까지 40조 원대에 머물다가 이후 조금씩 회복세를 보였다. 하지만 다시 2011년부터 시작된 유로지역의 재정위기와 맞물려 성장세가 꺾였다. 2010년도 60조 원대까지 오른 자산도 다시 40조 원대로 떨어졌다. 한동안 혹한기를 겪은 해외펀드는 2013년에서야 다시 자금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후 세계 경제 회복세에 맞춰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며 2015년 12월2일 70조2072억 원을 찍으며 다시 70조 원대로 복귀했고 올해 7월28일 80조 원대에 들어섰다.
최근 해외펀드의 상승세는 사모펀드가 이끌어가는 모양새다. 지난 한 달간 해외 사모펀드에는 지난 21일 하루를 제외하고는 지속적으로 자금이 순유입됐다. 반면 해외 공모펀드의 경우 8거래일이나 순유출 됐다.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007년 수준을 회복했다는 것은 의미있는 일”이라면서도 “양적 회복이라는 의미가 있겠지만, 질적 투자에 대한 인식이나 접근법이 과거와 어떻게 달라졌는지는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글로벌 시장 상황이 중요한 리밸런싱 시점”이라며 “정치적인 측면에서 미국에 이어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에서의 이슈에 따른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경제 정책의 기본적 트렌드에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성장세를 이어갈 것인지는 신중하게 봐야할 것”이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