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3차 대국민담화 이후 차기 대선을 둘러싼 여야의 셈법이 보다 명확해졌다. 당 분열로 어수선한 새누리당은 대선 시계를 최대한 늦춰 당을 수습해 대선후보를 세운다는 계산이다. 반면 야권은 후보들의 높은 지지율을 앞세워 박 대통령을 탄핵한 뒤 신속히 대선을 치러야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박 대통령이 거취 문제의 공을 국회로 넘기면서 당장 시간을 버는 데는 성공했다.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등 3개 야당과 함께 내달 2일 또는 9일 탄핵에 무조건 동참하겠다던 비박계 강경파가 입장을 다소 선회했기 때문이다. 비상시국위 대변인격인 황영철 의원은 29일 의원총회 도중 기자들과 만나 “여야는 대통령의 조기 퇴진과 관련한 합의가 조속히 이뤄질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협상에 임하길 희망하고 촉구한다”고 말했다. 다만 내달 9일까지 합의가 안 되면 그 때 탄핵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그동안 입을 다물고 있던 친박계는 박 대통령의 대국민담화를 ‘사실상의 하야’라고 규정하면서 이를 명분으로 탄핵 철회를 설득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한 친박계 중진 의원은 30일 이투데이와 통화에서 “당에 마땅한 후보가 없는데, 박 대통령을 탄핵해 대선을 치른다면 정권교체는 불가피하다. 그러면 사정칼날이 새누리당을 향할 것이고 다음 총선도 어려워질 것”이라며 “이런 상황을 의원들에 설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비박계에서도 이런 의견에 어느 정도 공감하고 있다”고도 했다. 친박계 내에선 여전히 반기문 사무총장의 영입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미 유력 대선후보군을 갖추고 있는 야권의 입장은 다르다. 지지율 여론조사에서 2위를 차지한 반 총장을 제외하고 문재인 이재명 안철수 박원순 손학규 안희정 등 1~7위 후보가 모두 야권 인사다. 대선이 조속히 치러진다면 당연히 유리할 수밖에 없다.
일각에선 반 총장이 여권 후보로 거론되는 만큼, 대권기반을 다질 시간적 여유를 주어선 안 된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지지율 1위인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지금 박 대통령에게 필요한 것은 임기단축이 아니라 사임”이라고 말한 것도 조급함에서 비롯된 발언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