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자금의 단기 부동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국내외 정치 불확실성이 가중되면서 투자자들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가운데 대기자금만 확대되는 추세다.
8일 금융투자협회와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위험회피 목적의 단기투자처 머니마켓펀드(MMF)에 4일 연속 자금이 순유입 됐다. 지난 5일에는 4조 원에 육박하는 돈이 몰렸다. 이는 시장 불확실성이 극에 달했던 미 대선 일주일 전인 지난 달 2일(5조3800억 원) 이래 가장 큰 유입 규모다.
MMF는 주식시장 상황이 좋지 않거나 불확실성이 증대될 경우 위험회피를 위해 상대적으로 안전한 자산인 우량채권 등에 투자하는 단기투자 상품이다.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정책 불확실성, 중국 경기둔화 우려, 이탈리아 헌법개정 투표 부결, 탄핵 정국으로 접어든 국내 정치 등 대내외 정치적 불안감에 시중자금이 안전자산로 이동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실제 지난 1일 3004억 원 순유입세로 돌아선 MMF는 2일 3조1800억 원으로 자금 유입 규모가 10배가량 급증했다. 5일과 6일에도 각각 3조8500억 원, 1조4500억 원의 자금이 새로 들어왔다.
이에 따라 이달 초 10조 원대(2일 기준)였던 연초 이후 MMF 순유입 규모는 22조9200억 원(7일 기준)으로 급증했다. MMF 설정액 역시 지난달 18일(120조8200억 원) 이후 열흘 만인 지난 2일 120조 원을 넘어섰다.
반면 일반 펀드에서는 자금이 빠져나갔다. 7일 기준 최근 1개월 동안 국내 혼합형(-3700억 원)과 채권형(-1조4800억 원), 해외 주식형(-2300억 원)과 혼합형(-209억 원), 채권형(-852억 원) 펀드 모두 순유출을 나타냈다.
국내외 부동산 펀드도 마이너스를 면치 못했다. 국내주식형 펀드는 1조4000억 원 순유입을 기록했지만 이는 시장 평균수익률을 추구하는 소극적 투자상품인 인덱스주식펀드로의 자금 유입에 따른 것이다.
다만 위험자산 비중을 확대할 시점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강현철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정책 중 한가지 분명한 것은 1조 달러 규모의 확장적 재정정책”이라며 “적어도 2017년 상반기 또는 향후 1~2년은 미국 경기가 확장국면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아 채권과 같은 안전자산보다 주식 등 위험자산에 대한 비중을 높여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