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약사가 또 폭리 논란에 휩싸였다. 임팩스 래버러터리스(Impax Laboratories)가 올해 판매하기 시작한 광범위 기생충 약 메벤다졸(Mebendazole) 가격이 영국보다 200배 이상 비싸다고 18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FT가 미국 대형 약국 체인 월그린스와 CVS 등에서 조사한 결과 이 약품의 현지 도매가격은 평균 442달러(약 53만 원)에 이른다. 요충을 박멸하려면 일반적으로 두 알을 복용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가격은 884달러로 뛴다. 반면 영국 약국체인 부츠에서는 같은 약이 네 알들이 한 팩 가격 6.99파운드에 팔린다. 이는 개당 1.75파운드(약 2580원) 수준이다.
전 세계에서 약 2억 명의 어린이가 매년 요충에 감염된다. 미국도 그 수는 4000만 명에 이른다. 또 어린이뿐 아니라 다른 가족도 감염됐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미국에서 5인 가구가 메벤다졸을 처방받으면 그 비용은 무려 4400달러를 넘게 된다.
메벤다졸은 신약도 아니다. 1970년대에 처음으로 기생충 약으로 쓰였으며 세계보건기구(WTO)의 필수약품 목록에도 올라와 있다. 개발도상국에서는 한 알당 1센트도 안 되는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이 약은 미국에서도 지난 2011년까지 저렴한 복제약 형태로 테바(Teva)가 생산해 왔다. 그러나 테바는 별다른 이유 없이 판매를 중단했다. 임팩스는 다시 메벤다졸을 ‘엠범(Emverm)’이라는 브랜드로 지난 4월 재출시했으며 현재 미국에서 유일하게 공급하고 있다. 이 업체는 다른 구충제인 ‘알벤다졸(Albendazole)’도 독점 공급하고 있다.
의약품 비용절감 지원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RX세이빙스의 마이클 리 최고경영자(CEO)는 “미국시장에서 납세자와 소비자로부터 막대한 이익을 취하는 제약업체들의 나쁜 관행을 보여주는 최신 사례”라고 비판했다.
임팩스는 직접 개입한 것은 아니지만 또 다른 약값 폭리 논란에도 연루됐다. 지난해 8월 에이즈와 말라리아 치료제 등으로 널리 쓰이는 ‘다라프림(Daraprim)’을 악명 높은 사업가 마틴 슈크렐리가 이끄는 튜링제약에 넘긴 것이다. 튜링은 이후 약값을 13.50달러에서 750달러로 인상해 국제적인 항의를 불러 일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