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와 원화값 이례적 ‘디커플링’ 왜?

입력 2016-12-22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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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美 대선 이후 4.06%↑…‘환율상승=주가하락’ 공식 깨져… “과거 달러강세는 안전자산 선호심리, 지금은 경기회복 기대감 반영”

지난달 치러진 미국 대통령 선거 이후 원화가치가 하락(원·달러 환율 상승)하는데도 코스피지수가 상승하는 이례적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환율이 오르면 주가지수는 하락한다’는 주식시장의 통설이 깨진 것이다. 최근 주식시장은 환율보다는 세계적인 경기회복 기대감에 더 큰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일반적으로 원·달러 환율과 주가지수는 ‘역(亦) 상관관계’를 갖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달러화 강세, 원화 약세 때 환손실을 우려해 한국 주식을 파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2006년부터 2016년 8월 말까지 원·달러 환율과 코스피지수의 상관관계는 -0.7로 나타났다. 달러 가치가 1% 떨어지면 코스피지수가 0.7% 오른다는 얘기다.

실제 지난달 한국거래소가 지난 5년간 원·달러 환율과 국내 주가지수의 흐름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최근 5년간(2012~2016년) 코스피지수는 ‘버냉키쇼크’, ‘아베노믹스’ 등으로 원·달러 환율이 상승했던 기간에 떨어지고, 환율이 하락한 기간에 상승하는 모습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하지만 미국 대통령 선거 이후로는 정반대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20일 현재 원·달러 환율은 1193.90원으로 미국 대선이 있었던 11월 8일 1135원 대비 5.19% 올랐다. 원화가치가 그만큼 떨어졌지만 외국인은 해당 기간 오히려 국내 증시에서 1조7372억 원을 순매수했다. 이에 탄력을 받아 코스피지수도 미 대선 직전 1958.38에서 2037.96으로 4.06% 상승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최근의 달러 강세(원화 약세) 국면이 과거 사례와 다르다고 설명했다. 노근환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달러 강세가 과거에는 금융시장에서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심리를 반영한 결과였다면 최근에는 선진국 간 금리 차이에서 발생했다”며 “신흥국에서 투자금을 회수하지 않기 때문에 ‘달러강세=한국 증시 하락’이라는 공식이 성립하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글로벌 경제가 가장 근본적 원인이다. 환율과 주가지수 모두 경제 펀더멘털을 반영한 하나의 가격지표일 뿐이라는 점에서 환율과 주가지수의 관계에 지나치게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적어도 현 시점에서는 환율보다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훨씬 중요한 변수라고 봤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경기회복 기대감으로 미국 등 선진국 증시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세계 경기가 회복세를 보인다는 것은 수출기업 비중이 높은 한국 시장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기대감이 만들어질 수 있는 환경이 된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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