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에 주력해왔던 SK하이닉스가 낸드플래시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 삼성전자와 도시바에 이어 고속 성장 중인 낸드플래시 시장에 2조 원이 넘는 투자를 결정하면서 낸드플래시 시장에서도 신흥 강자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는 낸드플래시 수요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충청북도 청주에 2조2000억 원을 투입해 최첨단 반도체 공장을 건설한다고 22일 밝혔다.
이번 투자로 SK하이닉스는 증가하는 낸드플래시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청주공장에서 2008년부터 낸드플래시를 생산하고 있지만, 제한적인 공간 등의 이유로 3D 낸드플래시를 중심으로 높아지는 메모리 반도체의 수요를 감당하기엔 벅찬 상황이다. 현재 SK하이닉스는 3D 36단(2세대) 제품은 2분기부터 판매를 시작했고, 48단(3세대) 제품은 11월 양산에 돌입했다.
낸드플래시는 최근 빅데이터, IT기기 성능 향상 등 ICT 환경의 고도화로 인해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사물인터넷(IoT) 기기 등에도 낸드플래시가 적용되면서 향후 이 시장이 폭발적인 성장이 예고돼 있다. 시장조사기관 IHS테크놀로지에 따르면 2015년부터 823억GB이던 낸드플래시 시장은 2020년 5084억GB까지 확대되며 연평균 성장율이 44%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반도체 업계 1, 2위인 삼성전자와 도시바는 이 같은 낸드플래스 수요를 잡기 위해 각각 평택공장과 일본·중국 공장을 통해 3D 낸드플래시 제품 생산능력 확대에 나섰다. D램 의존도가 높은 SK하이닉스가 낸드플래시에서도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선 더이상 투자를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내년부터 이천 M14 위층에서 3D 낸드플래시 양산도 시작하지만, 3D 제품이 견인할 중장기 낸드플래시 시장 성장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서는 생산 기반의 선제적인 확보가 필요해 증설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투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전폭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최 회장은 지난 2012년에도 전체 반도체 업계의 투자가 축소되는 상황에서 시설투자를 10% 이상 확대하는 선제적 투자를 단행했다. SK하이닉스는 이를 통해 사상 최대 실적을 창출하며 재도약을 했다. 이번 투자 역시 급변하는 시장에서 2012년의 성공적인 의사 결정을 재현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박성욱 SK하이닉스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하면서 그룹 내 목소리도 더 큰 영향력을 가지게 될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향후 낸드플래시 뿐만 아니라 D램 경쟁력도 지속적으로 강화할 방침이다. 중국 우시에 위치한 기존 D램 공장의 경쟁력 유지를 위해 9500억 원을 투입해 클린룸 확장을 진행한다. 현재 SK하이닉스는 D램 10나노 후반급 제품 개발을 마무리하고 있는 단계로, 올해 4분기 말 샘플링을 할 예정이다. 이어 내년 1월부터는 램프업을 시작하고 2분기부터 본격 양산에 돌입한다. 더불어 M14 2층 클린룸 공사는 내년 상반기 완료된다. 내년 하반기부터 72단 제품 본격 양산에 맞추어 M14 2층 팹을 본격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