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역시 마찬가지였다.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는 박근혜 퇴진을 주장하는 8차 촛불집회가 열렸다. 그리고 서울 안국역 일대에선 박근혜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가 진행됐다. TV 역시 이날 두 종류의 집회를 보도했다. 하지만 17일 토요일의 TV 안과 밖에서 색다른(?) 풍경도 펼쳐졌다. 촛불과 다른 풍경의 연출 주역은 스타 배우 신애라와 한지민이다.
영하의 차가운 날씨에 아랑곳하지 않고 서울 명동에선 연기자 배종옥, 한지민, 박진희, 윤소이, 방송작가 노희경 등이 거리 모금에 나섰다. 유엔 국제구호단체인 JTS(Join Together Society)가 주관하는 ‘굶주리는 지구촌 아이들의 엄마가 되어주세요’라는 모금 캠페인이다. 12년째 진행되고 있다.
배종옥, 한지민 등 일부 스타는 매년 참가해 거리 모금을 하고 있다. “우리의 작은 수고로 누군가는 학교에 가고, 누군가는 병이 낫고, 누군가는 생명을 얻습니다. 절대 이 작은 수고를 멈추어선 안 될 이유입니다.” 한지민 등 스타들이 12년째 한 해도 빠지지 않고 차가운 거리에서 모금하는 이유다. 돈을 모금함에 넣은 한 아주머니는 한지민에게 “추운데 고생한다. 앞으로 나도 조금씩이라도 남을 돕겠다. 그런 마음을 갖게 해줘 고맙다”는 말을 건넨다.
“입양될 때 아이가 사는 세상은 달라진다. 아이가 상상할 수 없는 인적 네트워크가 생기는 것이고, 아이 인생에 또 다른 기회를 주는 것이다.” “아이는 가정에서 자라야 하고, 아동의 행복은 가정에서 만들어진다.” …. 세 자녀 중 두 딸을 입양한 신애라는 17일 방송된 KBS ‘명견만리’에 강연자로 출연해 입양에 대한 의견을 피력했다.
현재 유학 중인 미국에서 부모 잃은 한인 청소년들을 한인들이 입양해 기르자는 캠페인도 전개하고 있는 신애라의 입양에 대한 강연은 방청객뿐만 아니라 안방 시청자들에게 입양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할 기회를 줬다. “아이들이 가정에서 자라야 행복할 수 있다는 말의 진정한 의미와 함께 입양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습니다.” 한 시청자의 소감이다.
자살률 1위, 노인 빈곤율 1위, 사회적 관계(사회적 지원 네트워크) 35개 회원국 중 최하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고서 ‘한눈으로 보는 사회 2016’에 적시된 한국 상황이다. 가족 해체가 급속히 진행되고 부모에게 버려지는 아이들도 급증하고 있다. 사회적 약자나 소외된 이웃에 대한 따뜻한 손길이 절실하다. 하지만 국정 농단으로 초래된 국정 혼란이 계속되고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올해 겨울은 소외된 이웃에 대한 관심이 현저히 줄었다.
이런 상황에서 신애라, 한지민 같은 연예인 스타들이 나서 수많은 사람을 사랑 나눔에 동참하게 하는 등 대중에게 아름다운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17일 서울 광화문의 사람들이 든 촛불과 서울 명동의 한지민이 든 모금함, 그리고 TV에서 신애라가 행한 강연의 외양은 다르지만, 본질은 같다.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며 진정한 민주주의를 열망하는 촛불을 든 사람들의 궁극적 목적은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이다. 굶주린 아이에게 따뜻한 밥을 주려고 거리에 모금함을 들고 나선 한지민과 버려지는 아이들에게 행복한 가족을 만들어주려고 동분서주하는 신애라의 꿈 역시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