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2017] “소비자 외면에…삼성·LG 등 글로벌 TV업체들, 곡면·3D 전략 포기”

입력 2017-01-05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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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TV 제조업체들이 당초 유망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3D와 곡면 기술 전쟁을 속속 포기하고 있다고 4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소비자들이 첨단 기술이 쓰인 TV보다는 단순히 화질이 좋고 저렴한 TV를 찾으면서 업체들은 해당 기술 개발 전략에서 후퇴하고 있다.

TV 제조업체들의 이러한 포기 흐름은 올해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4년 전 “세계 최초”로 곡면 TV 출시를 주장했던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올해 CES에서 곡면TV에 치중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고 FT는 설명했다. 실제로 LG전자는 올해 CES 신제품 라인업에서 곡면 TV를 뺐다. 대신 고해상도의 얇아진 신제품 위주로 라인업을 채웠다. 삼성도 프리미엄 TV 수요를 의식한 기술 개발에서 힘을 빼고 있다. 또한 2년 전만 해도 곡면TV만으로 구성했던 프리미엄 TV 범주에 평면 제품을 추가해 프리미엄 제품을 찾는 소비자가 평면과 곡면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도록 선택권을 넓혔다. 즉 프리미엄 TV로 곡면 화면 제품만을 고집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글로벌 TV 업계 선두주자인 이들 업체는 곡면 TV 판매를 시작한 2014년 당시, 머지않아 곡면 TV가 대중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오목한 화면이 영화 감상의 몰입도를 더해 가정에서도 아이맥스 영화관에서 감상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어 해당 TV에 대한 수요가 향후 커질 것이란 기대감에서였다. 그러나 글로벌 TV 업계의 기대와 달리 곡면 TV는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시장조사업체 IHS마르키트테크놀로지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전체 TV 판매에서 곡면 TV가 차지하는 비중은 4%에 그쳤다.

팀 알레시 LG전자 홈엔터테인먼트 담당 수석 이사는 “처음 출시됐을 때만 해도 곡면 TV는 매우 독특하고 차별화된 제품이었다”면서 “그러나 전반적인 수요를 봤을 때 곡면 TV에 대한 폭발적 반응은 없었다. 곡면 TV를 개발하면서 화질 개선을 하지 않았었다”고 말했다.

글로벌 TV 시장의 3분의1 가까이 차지하는 삼성과 LG는 곡면 TV뿐 아니라 3D TV에서도 발을 빼고 있다. 3D TV는 지난 2010년 CES에서 처음 공개됐으나 이 제품 역시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 LG는 올해 마지막 3D TV 상품을 단종시켰다. 알레시 LG전자 수석이사는 “3D를 좋아하는 소비자들은 여전히 많지만 계속 살아남을 수 있을 만큼의 대중적 인기를 얻지는 못했다”고 털어놨다.

3D와 곡면 TV는 경쟁이 치열한 TV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비밀병기였으나 소비자의 외면을 받으면서 리스크로 변질됐던 것이다. 폴 가뇽 IHS마르키트 TV 부문 연구 책임자는 “TV 마진은 좋지 않다”면서 “특정 기술에서 조금이라도 업계를 선도한다면 그 자체가 엄청나게 가치 있는 것이다. 그래서 기본적으로 제조사들은 한 가지를 시작했을 때 그것이 잘 돼가는지를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제조업체들은 대신 초고화질(UHD)로도 불리는 4K나 HDR(high dynamic range) 같이 화질을 향상하기 위한 더 값싸고 전통적인 방식으로 소비자를 끌어들이고 있다. 다만 삼성은 곡면 TV 기술을 계속 개발할 계획이다. 곡면 기술은 중국에서 가장 인기 있으며 중국 소비자를 겨냥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삼성이 곡면 디스플레이에 과도하게 투자했기 때문에 다른 경쟁업체처럼 빨리 포기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한다. 현재 삼성은 판매되는 곡면TV 3대 중 2대를 차지한다.

이들 업체가 곡면과 3D대신 올해 CES에서 내세우는 것은 HDR이다. 화질이 좋고 거의 소프트웨어 기반이기 때문에 곡면 패널이나 3D보다 생산 비용이 적게 든다는 장점이 있다. IHS마킷의 가뇽은 “TV 브랜드들이 성능을 의미 있게 향상하는 기술에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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