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산업개발이 11년만에 자사주 매입에 나서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회사측은 주가안정을 목적으로 이뤄진 결정이라고 밝혔지만, 업계에서는 자사주 매입이 추가로 이뤄질 가능성을 제기하며 지주사 전환 등 지배력 강화를 위한 카드를 꺼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12일 현대산업개발은 전체 발행주식의 2.7%에 해당하는 자사주 200만주를 장내 매수하겠다고 밝혔다. 취득 예정 금액은 9일 종가 기준 4만6200원을 적용해 924억원으로 책정했다. 취득 예상 기간은 오는 11일부터 4월11일까지 3개월간이다. 이번 현대산업개발의 자사주 매입은 지난 2006년이후 처음이다.
전격적인 자사주 매입을 증권업계는 지배구조 개편과 연관시키고 있다.
그동안 삼성그룹 등 일부 대기업들은 이른바 ‘자사주 매직’을 통해 지주사 전환 작업을 진행해왔다. 기본적으로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다. 하지만 회사가 인적 분할을 할 경우 사업회사에 대한 의결권이 있는 지분으로 전환되기 때문에 지주사 전환의 가장 효과적인 수단으로 각광받기 시작했다.
그런데 민주당이 이런 자사주 의결권을 제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변수가 생겼다. 이에 따라 지배력 강화와 지주사 전환을 원하는 기업들이 자사주 의결권 제한에 앞서 자사주 매입을 앞당길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현재 정몽규 회장 등 최대주주측이 보유한 현대산업개발의 지분율은 18%로, 지배력을 강화할 필요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대산업개발을 정점으로 한 지주사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최대주주측의 의결권을 가진 지분율을 최대한 높여야 한다. 대규모 자사주를 매입 후 소각할 경우 최대주주측의 의결권을 가진 지분율을 높일 수 있다. 또 자사주가 시장에 나올 경우 최대주주측이 매입해 주가 변동을 최소화하면서 지분율을 높일 수도 있다.
증권가 일부에서는 현대산업개발이 현금유동성이 좋기 때문에 앞으로 1000억~2000억원규모의 자사주를 추가로 매입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이번 자사주 매입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것”이라며 “자사주 소각 및 지주사 전환 등에 대해 검토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