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삼성봉사’ 논란에 대기업 중복 자금위탁 제동

입력 2017-01-18 09:13 수정 2017-01-18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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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용사 M&A등 활동제약 지적도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가 대주주가 같은 운용사에 같은 유형의 주식자금을 위탁하지 않기로 한 것은 대기업 특혜를 의식한 행보로 풀이된다.

국민연금은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한 의혹으로 특검의 수사를 받고 있다. 국민의 노후자금 관리보다는 특정 이권에 권한을 활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주식 위탁자금을 대기업에 몰아주는 것은 국민연금에 부담이 될 수 있다.

더욱이 향후 주식 위탁자금은 크게 늘어난다. 2011년 말 30조2000억 원이었던 국민연금의 주식 위탁자금은 2016년 3분기 말 46조8000억 원으로 55% 뛰었다. 국민연금의 운용자산이 매년 크게 늘면서 이 같은 가파른 증가세는 지속할 전망이다.

국민연금은 어느 운용사에 얼마의 자금을 위탁했는지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규모의 경제를 통해 벤치마크(Benchmarkㆍ시장평균 수익률) 이상을 달성하는 것이 유리한 대기업 계열 운용사에 더 많은 자금이 위탁됐을 것으로 업계는 파악하고 있다. 2016년 3월 말 기준 국민연금이 주식자금을 위탁한 36개 운용사 중 16~18곳이 대기업 계열이다.

반면 국민연금의 이 같은 방침이 운용사의 자율성을 제한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A 운용사 관계자는 “단기 성과(1년) 평가 항목을 없애며 운용사의 철학을 존중하겠다고 해놓고 대주주 원칙과 같은 시장지표 이외의 정책을 실행하겠다고 하는 것은 이율배반적”이라고 평가했다. B운용사 관계자도 “장기 가치투자와 같은 일부 부문에서는 운용사 간 중복을 피할 수 없다”며 “경쟁하라는 것이 아닌 한 곳만 하라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국민연금의 운용체계 변경은 금융위원회의 정책 방향과 엇박자란 평가도 나온다. 금융위는 2016년 5월 ‘1그룹 1운용사’ 원칙을 폐지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자산운용사 인가정책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금융위는 기존에는 그룹 내에 이미 종합운용사가 있다면 부동산 등 한 분야에 특화한 운용사만 인가했다. 그러나 개선방안을 통해 업무 특화 인정 범위를 넓혀 복수 운용사 간 업무 위탁을 활성화했다. 자산 운용사의 설립 제한을 풀어 자유로운 경쟁을 촉발시키면 소비자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고 자산운용그룹 출현 기반도 조성할 수 있다는 논리였다.

해외의 경우 미국의 BNY멜런은 산하에 15개의 운용사를 보유하고 있다. 6000억 달러를 운용하는 AMG그룹 역시 28개의 운용사를 거느리고 있다. 부문별뿐 아니라 지역별 특화 정책도 다수의 운용사를 보유하고 있는 배경이다.

국민연금과 같은 큰 손이 위탁자금을 해당 회사의 지분 구성에 따라 제한하면 운용사의 설립 및 인수합병(M&A)이 제한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투자은행(IB) 관계자는 “국민연금의 방침은 결국 주식에서는 1사 1운용사만 가지란 뜻”이라며 “운용사의 설립보다는 폐쇄를 유도하는 방안”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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