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조 원대 회계사기를 저지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고재호(62)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이 징역 10년의 중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4부(재판장 유남근 부장판사)는 18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의 혐의로 기소된 고 전 사장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전 최고재무책임자(CFO) 김모(62) 씨에게는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고 전 사장이 2012년을 제외한 2013~2014년 회계사기를 묵인했다고 봤다. 고 전 사장이 해양프로젝트에서 수천 억대 영업손실이 난 것을 알면서도 사장 연임을 위해 이를 제대로 공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다만 검찰이 파악한 분식회계 규모는 5조7000억원 상당이었지만 재판부는 1조8000억여 원만 인정했다. 고 전 사장이 회계사기를 묵인한 것을 넘어 적극적으로 지시했다고 볼 증거도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고 전 사장의 범행으로 금융기관, 주주, 투자자 등 기업과 거래하는 이해관계자들이 기업을 신뢰할 수 없게 됐다"며 "시장의 불안을 야기하고 거래를 위축시켜 국가경제 발전을 저해했다"고 지적했다. 대우조선 입장에서도 구조조정의 적기를 놓쳐 부실이 심화됐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고 전 사장의 회계분식 규모는 영업이익 기준 1조8624억 원이고, 이로 인한 사기 피해액은 2조4447억 원에 달하는 엄청난 액수"라고 강조했다. 대우조선의 거짓 재무상태를 믿고 투자한 투자자들은 막대한 손해를 봤다고도 했다.
재판부는 다만 "대우조선의 대규모 손실과 이로 인한 공적 자금의 투입 등을 고 전 사장의 책임으로만 볼 수 없다"며 양형에 고려했다. 고 전 사장이 분식회계를 적극적으로 지시했다고 볼 증거가 없고, 분식회계로 얻은 이익은 모두 대우조선에 돌아간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고 전 사장은 2012~2014년 해양플랜트ㆍ선박 사업 등에서 예정원가를 축소하거나 매출액을 과대 계상하는 방식으로 순 자산 기준 5조7059억 원대 회계사기를 저지른 혐의로 기소됐다. 고 전 사장은 2013~2015년 회계사기로 얻은 신용등급을 이용해 약 21조 원 상당의 사기 대출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검찰은 고 전 사장에게 징역 10년을 구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