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지지부진했던 현대차가 올해 들어 자존심 회복에 나섰다. 신차 출시는 물론 미국에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하는 등 실적 개선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시가총액 2위 자리까지 탈환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현대차그룹은 17일 외신기자 간담회를 통해 향후 5년 간(2021년까지) 미국에 총 31억달러(약 3조600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중 30~40%는 자율주행, 친환경차 등의 신기술 연구개발에 투자된다. 아울러 제네시스 현지생산과 신규공장 건설도 검토하겠다고 언급했다.
현대차 주가는 18일 이같은 투자 소식에 힘입어 전날 대비 0.33%(500원) 오른 15만4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물론 미국 신공장 결정은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감도 있어 섣부른 기대는 조심스럽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 의견이다.
김진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 5년 간 미국 투자금액은 신공장 증설 없이도 21억달러에 달할 뿐 아니라 R&D 투자금을 제외하면 이번 투자 규모는 미국 내 신공장 증설로 해석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라며 "미국에 동반 진출한 중소형 부품사들의 주가가 뉴스에 반응하더라도 이는 단기적 흐름에 그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다만, 현대차는 트럼프 리스크 완화, 제네시스 라인업 강화 측면에서 보면 긍정적"이라며 "모비스, 만도, 한온시스템은 R&D 지출의 대부분이 자율주행·친환경차라는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이 같은 움직임과 함께 신차 출시, 환율 수혜, 이머징 시장 회복 등의 기대감으로 지난해 부진을 극복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해 현대차는 △수출 부진 △내수시장 점유율 하락 △장기 파업 등 여러 악재가 한꺼번에 겹치며 생산 실적도 두자릿수 감소폭을 보였다. 이에 주가는 한때 12만원대 초반까지 떨어짐은 물론 시가총액 순위가 5위까지 밀려나기도 했다.
한때는 삼성전자에 이어 시가총액 2위 대장주 자리를 굳건히 지켰던 현대차가 무너지기 시작한 것은 2014년부터다. 현대차는 2011년부터 줄곤 시총 2위 자리를 지켜오다 2014년 삼성동 옛 한국전력 부지를 10조 원대에 사들여 고가매수 논란에 휩싸인 뒤 한전과 경쟁하다 결국 지난해 들어 2위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당시 한전은 자력으로 2위를 차지했다기보다 현대차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한 덕분으로 견고한 2위라고 보기 어렵다는 여론이 강했으며 현대차는 이후 3위까지 올랐다.
올해 들어서는 연초부터 현대차와 SK하이닉스와 2위 자리를 놓고 경쟁이 치열하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11월 한국전력을 뒤로 하고 2년여만에 시가총액 2위 자리로 뛰어 올랐다.
또 지난 4일에는 현대차가 시가총액 2위 자리를 탈환하기도 했지만 하루만에 SK하이닉스가 52주 신고가를 새로 쓰면서 다시 3위로 내려갔다. 18일 기준 현대차 시가총액은 34조327억원으로 SK하이닉스와 1조5000억원 가량 차이가 난다.
향후 현대차의 시총 2위 탈환 여부는 이머징 시장 회복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다. 현대차는 신흥국 시장 점유율이 높다는 이유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