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과 현대자동차 등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상위 대형주들이 관련 업계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가운데, 국내 증시에서 수혜 전망 기업들의 향후 실적 추이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1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 박정호 신임 사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새로운 정보통신기술(ICT) 생태계 구축을 위해 향후 3년간 5조 원의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SK텔레콤은 자회사 SK브로드밴드, SK플래닛과 투자를 진행한다. 3사 합산 연간 설비투자(CAPEX) 금액은 3조 원 규모다. 네트워크 분야 투자도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 합산 6조 원에 달할 전망이다.
현대차도 미국시장 진출을 위해 칼을 빼들었다. 정진행 사장은 지난 17일 블룸버그 등 내외신과 만나 미국에 총 31억 달러(약 3조6000억 원)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대기아차는 지난 5년간 21억 달러(약 2조4000억 원)를 미국 공장 및 연구개발(R&D) 시설에 투자했다. 현대차는 신공장 건설을 검토 중이며 제네시스 브랜드 및 새로운 SUV(Sports Utility Vehicle) 모델을 생산할 계획이다.
증권시장에서는 대형주의 화끈한 투자 소식에 수혜주가 거론되는 등 기대감이 확산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주가 상승은 미미해 기대감을 따라가지 못했다. SK텔레콤 주가는 18일 전일 대비 0.66% 내린 22만4500원에 거래됐다. 투자 계획을 발표한 지난 11일에도 1.11% 상승하는 데 그쳤고, 최근 4거래일간 약세를 보였다.
SK텔레콤의 투자 조성영역인 사물인터넷 관련주도 변화폭이 적었다. 사물인터넷 관련주인 비츠로셀은 전일 대비 0.36% 상승했지만 최근 2거래일 간 하락했다. 지능형 빌딩 시스템 전문기업 아이콘트롤스도 이날 1.57% 올랐지만, 최근 11거래일 간 8% 이상 떨어졌다. 현대차 그룹과 현지에 진출해 있는 만도도 이날 전일 대비 0.74% 내린 26만75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직접적인 수혜가 전망된 현대모비스(0.89%)와 한온시스템(1.00%)의 상승폭도 미미했다.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대형주의 대규모 투자로 관련주가 급등한 과거 사례와 비교할 때 주가 반영이 좀처럼 더디다고 분석했다. 실제 삼성그룹이 2020년까지 신수종 사업에 23조 원을 투자한다고 했을 때 삼성SDI 등 관련주들의 주가는 급등한 바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삼성전자가 15조 원을 투입한 반도체 산업단지 발주 소식에 마이크로컨텍솔이 상한가에 등극하기도 했다.
현재로서는 초기 투자비용이 높아 부담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고, 가시적 성과가 나오긴 이르다는 점에서 주가 급등은 시기상조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SK텔레콤의 경우 신사업 생태계 구축에 5조 원, 네트워크 구축에 6조 원 등 투자 비용이 11조 원에 달하고, 이마저도 5G 인프라 구축비는 제외된 것으로 투자 비용은 더 확대될 전망이다. 현대차 역시 구체적인 증설에 의한 수혜를 가늠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다만, 수요 측면에서 볼 때 장기적으로 시장 발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초래할 것이라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대기업들의 ‘하청업체 챙기기’ 등 자발적 낙수효과가 필요한 상황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김회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신규 사업에서의 구체적인 재무성과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성과를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